[로리더] 누군가 현금인출기(ATM)에 두고 간 10만원을 가져간 뒤 은행 측의 연락을 받고 경찰에 습득 신고를 한 남성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현금인출기(ATM)

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30대)는 2017년 11월 오후 9시 40분경 서울 강남구의 한 ATM(현금인출기) 기기 안에서 누군가 현금을 인출하고도 꺼내가지 않은 10만원을 가져가 절도 혐의를 받았다.

현금인출기에 돈을 두고 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돌아온 B씨가 현금의 행방을 묻자 A씨는 “모른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후 분실신고를 받은 은행 측이 CCTV를 통해 A씨가 돈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연락했다.

이후 A씨는 사건 발생 후 24시간이 지나서 112에 전화해 현금을 습득해 보관 중이라 신고했다.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절도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이광헌 판사는 2018년 11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광헌 판사는 “현금 인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 등 즉시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기가 비치돼 있는데, 피고인은 전화를 이용해 신고하거나 후속조치를 문의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현금인출기 안에 있던 현금을 그대로 꺼내어 가버렸다”고 밝혔다.

또 “현금인출기에 돈을 두고 온 것을 뒤늦게 알고 돌아온 B씨가 피고인에게 현금의 행방을 물었음에도, ‘모른다’고만 하고 황급히 자리를 뜬 점, 분실신고를 받고 자체 조사를 거쳐 피고인이 현금을 가져갔음을 확인한 은행이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고, 피고인은 24시간 이상이 경과한 후 비로소 112에 전화를 걸어 현금을 습득해 보관 중이라고 신고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현금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50형사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아침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 일어나 경찰에 신고했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사건 이후 다음날 아침까지 사이에 경찰에 신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보여, 습득 직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이 같은 사정은 범행 이후의 사후적인 정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 돈을 절취할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는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와 무관한 사정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6월 13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능력, 절도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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