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스튜디오 이름을 잘못 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린 누리꾼과 그 청원글에 동의 인증사진 등을 올린 가수 수지(본명 배수지)가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억울한 피해를 입은 스튜디오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물어주게 됐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한 판결이고,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리자에게는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주목할 필요가 있는 판결이다.

수지는 법무법인 변호사 3명을 선임해 여러가지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조목조목 따지며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배척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짚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유튜버 양예원씨는 2018년 5월 16일 유튜브에 “3년 전 합정역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다음날(17일) SNS에서도 글을 올렸다. 내용은 “최근 유출된 사진의 피해자이고, 당시 촬영은 자신을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기망해 이루어진 성범죄 현장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A씨는 2018년 5월 17일 오전 6시 56분경 자신이 운영하는 ‘OOOO’(스튜디오) 네이버 카페 게시판에 “피해자 분께서 공개한 촬영 날짜는 저희 스튜디오 오픈 이전으로, 저희 스튜디오는 2016년 1월 오픈해 이후 인수한 스튜디오를 리모델링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피해자에 대한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건과 무관하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그런데 누리꾼 B씨는 17일 오전 6시 59분경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청원 게시판에 “OOOO 불법 누드촬영”이라는 제목으로 양예원씨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을 인용한 청원글을 게시하고, 양씨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 주소를 첨부했다.

A씨의 해명글에 이날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언론에 A씨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양예원씨가 촬영한 곳이 아니라는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지(배수지)는 5월 17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청원글에 동의했음을 알리는 인증사진을 올리고, 다음날 오전에는 인증사진을 게시하게 된 경위 글을 올렸다.

누리꾼 C씨는 5월 18일 국민청원 토론방 게시판에 위 청원글 전문을 인용한 글을 올리며 링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리자는 2018년 5월 18일 오전 11시 32분경 청원글 제목 중 스튜디오 이름을 일부 숨김 처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경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소통 광장 국민신문고에 청원글에 기재된 상호를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신청했다.

청와대 게시판 관리자는 이날 오후 5시 46분경 청원글 제목 중 스튜디오 이름을 숨김 처리했다.

수지 공식사이트
수지 공식사이트

상황은 이렇게 흘렀다.

수지는 2018년 5월 19일 오후 4시경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동의 표시를 한 청와대 청원글에 기재된 스튜디오의 상호와 주인이 변경되어 무관한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글에 제가 동의 표시를 함으로써 피해자 더 커진 것 같아 해당 스튜디오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당 스튜디오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걸 알려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 글을 게시했다.

B씨는 5월 21일 국민신문고에 ‘청원글의 업체를 잘못 지적하여 청원을 삭제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민원을 신청했고, C씨의 토론방 게시글은 5월 22일 삭제됐다.

스튜디오 운영자 A씨는 “B, C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청원글 및 토론방 게시글을 작성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B씨와 C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 했다.

또한 A씨는 B씨, C씨, 수지 그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리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2단독 반효림 판사는 지난 6월 13일 “피고 B, C, 배수지는 공동해 원고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 관리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B씨와 C씨에 대해 반효림 판사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합정 OOOO 불법 누드촬영’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시한 행위는 스튜디오가 OOOO(원고 운영)라고 오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이런 행위는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행위로써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배수지(피고)의 불법행위에 대해 반효림 판사는 “피고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릴 당시 이미 원고가 네이버 카페에 해명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그러한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임에도, 피고는 청원글 제목에 기재된 ‘OOOO’가 양예원에 대한 촬영이 진행된 스튜디오가 맞는지 여부에 대한 아무런 조사나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청원글에 동의한 후 해당 화면을 캡쳐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리고, 다음날 인증사진을 올리게 된 경위 등을 기재하면서 해당 청원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글을 게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반 판사는 “피고의 인스타그램에서 인증사진을 확인한 사람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청원글을 쉽게 확인해 OOOO(스튜디오)에서 양예원에 대한 불법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행위 역시 양예원이 SNS에 올린 글에 기재된 촬영회가 이루어진 스튜디오가 ‘OOOO’라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고 이를 널리 알려지게 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배수지는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지는 “자신의 SNS에 인증사진을 게시한 행위는 단순히 의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효림 판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게시하고 그 경위 등에 관한 글을 게시한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에 따라, 그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기준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글은 개인이 운영하는 특정 스튜디오가 성범죄 행위인 불법 촬영회가 진행된 스튜디오라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설령 그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아무런 확인이나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인증사진을 게시하고 글을 기재한 행위의 경우까지, 침해된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지는 “제3자의 표현물을 인터넷에 게시한 행위가 그 표현물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책임이 부정되어야 하므로,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반효림 판사는 “피고(배수지)의 행위가 ‘단순히 B씨의 청원글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소개한 것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기각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반 판사는 “피고가 인증사진을 올린 행위는 단순히 청원글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소개한데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의한 사실을 표시해 청원글의 가해자로 지목된 OOOO(스튜디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피해자를 응원하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던 점, 피고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870만명이 이르는 유명 연예인으로, 청원글에 동의한 사실을 알리는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경우 네티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사회적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피고가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언론에 다수 보도됐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려 동의를 표한 후 청원에 참여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한 점, 실제 피고가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2018년 5월 17일 밤에 청원글 동의자는 1만 1775명이었는데, 18일 09:00경 10만명을 넘었고, 19일 15:00경 17만명을 넘었으므로, 피고의 인증사진 게시행위로 청원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한편 수지는 2018년 5월 18일 오전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린 것과 관련해 “물론 아직 수사 중이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아직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엔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아무것도 안 나왔으며 어떤 부분이 부풀려졌고 어떤 부분이 삭제되었고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선뜻 새벽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많이들 알 수 있게 널리 퍼트려달라는, 그것만큼은 작게나마 할 수 있었다.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다.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 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둘 중 한 쪽은 이 일이 더 확산되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

반효림 판사는 “위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는 인증사진을 올릴 당시 자신의 영향력을 인식한 상태에서 청원글에 대한 동의를 표하는 자신의 입장을 알림으로써 청원글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할 의도로 인증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지는 “청원글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해 B씨와 자신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반효림 판사는 “이 부분 역시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 판사는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임이 증명된 경우는 물론 그 증명이 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청원글은 제목에 허위사실이 적시돼 있고, B씨와 피고(배수지)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이 허위사실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수지는 “양예원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SNS에 글을 게시한 후 기사들이 보도되었고, 청원글이 게시되기 전에 이미 OOOO(원고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원고를 비방하는 글들이 게시된 바 있으며, 원고가 청원글이 게시되기 이전에 해명글을 올렸으므로, 피고의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반효림 판사는 “이유 없다”며 일축했다.

반 판사는 “양예원은 SNS를 통해 촬영회가 이루어진 스튜디오의 상호를 공개하지는 않은 점, 청원글이 게시된 후 언론에 양예원이 SNS에 올린 성범죄 피해 관련 청원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내용의 수많은 기사가 보도된 점, 국민청원 게시판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게시판으로,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 중 다수가 청원글을 열람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씨가 청원글 제목에 스튜디오 상호를 특정해 기재함으로써 청원글을 열람한 많은 사람들은 OOOO에서 불법 촬영회가 이루어졌다는 잘못된 사실을 진실한 사실인 것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 판사는 “원고가 청원글이 게시되기 이전에 OOOO(스튜디오) 카페에 해명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청원글과 원고의 해명글이 진실인지 여부에 대한 결과가 공식적으로 확인될 때까지는 원고의 스튜디오가 불법 촬영회가 이루어진 스튜디오로 오인됨으로써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B씨, C씨 그리고 배수지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됐다.

반효림 판사는 “B씨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린 행위와 배수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사진을 올림으로써 청원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행위, C씨가 청원글을 보고 다음날 토론방에 청원글의 주소를 기재해 동일한 내용의 토론방 게시글을 올린 행위는 원고에 대한 권리침해 및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됐다고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해 반효림 판사는 “청원글이 게시된 후 원고의 사진이 ‘가해자 사진’으로 인터넷에 유포됐고, 해당 사진 밑에는 원고에 대한 수많은 비방ㆍ욕설이 포함된 댓글이 달렸으며, 이러한 댓글은 원고가 해명글을 올린 후에도 일정기간 계속된 사실, 원고는 스튜디오 이미지가 악화되자 스튜디오 상호를 변경하고, 스튜디오 내부도 리모델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원고는 자신의 스튜디오가 불법 누드촬영회가 이루어진 장소로 인식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영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비방이나 욕설이 포함된 악성 댓글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봤다.

반 판사는 “B씨의 청원글, C씨의 토론방 게시글, 배수지가 인증사진을 게시하게 된 경위, 게시물들이 게시된 기간 등을 종합할 때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 액수를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리자는 손해배상책임 없다 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한편, A씨는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 관리자는 국민청원 게시판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할 상당한 주의의무가 있다”며 게시판 관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청원글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임이 명백하므로, 게시판 관리자는 즉시 삭제하는 등 상당한 시간 내에 원고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으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효림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시판 관리자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청원의 요건을 공지해 두고, 이러한 요건에 위배된 것이 명백한 게시물(예: 욕설이 기재되어 있거나 개인 정보가 노출된 게시물)에 대해서는 직접 삭제 또는 수정 조치를 하는 등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글을 자체 모니터링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일 평균 1000건 정도의 청원글이 게시되고, 이 사건 청원글이 게시된 2018년 5월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청원글은 973건이었으며, 그 중 게시판 관리자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삭제한 청원글이 227건, 숨김 처리한 청원글이 15건이었다.

청원글은 2018년 5월 17일 06:59경 게시되었고, 원고는 5월 18일 15:02경 국민신문고에 청원글 제목에 기재된 업체 상호를 수정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신청했다.

이런 점들을 짚은 반효림 판사는 “게시판 관리자는 청원글이 언론에 보도되고 해당 업체가 해명글을 올리는 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원고가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하기 전인 5월 18일 11:32경 청원글에 나타난 스튜디오 상호 ‘OOOO’을 ‘**OO’으로 일부 숨김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원글은 양예원의 성범죄 피해 고백 내용을 담은 것으로, 당시 게시판 관리자가 원고의 해명글과 청원글 중 어느 것이 허위인지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게시판 관리자가 청원글 제목에 기재된 스튜디오 상호 전체를 곧바로 숨김 처리하지 않았거나 청원글을 즉시 삭제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게시판 관리자는 2018년 5월 24일 08:36경 접수된 청원글에 대한 B씨 민원신청 내역(양예원 대한 업체를 잘못 지정했다는 내용)과 청원글에 대한 원고의 민원신청 내역을 확인한 후 같은 날 17:46경 청원글 제목의 상호 ‘**OO’를 ‘****’으로 전부 숨김 처리했는바, 이러한 게시판 관리자의 조치가 상당한 기간을 경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반 판사는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하단 개인정보처리 방침에는 개인정보보호 담당자인 박OO 행정관의 연락처와 이메일이 기재돼 있어,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청원글에 대한 수정이나 삭제 요청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위와 같은 경로를 통해 청원글의 삭제나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짚었다.

반효림 판사는 “국민청원 게시판은 헌법 제26조 제1항에 정한 국민의 기본권인 청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게시판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청원글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즉시 해당 글을 삭제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청원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게시판 관리자가 청원글을 즉시 삭제하는 등 상당한 시간 내에 원고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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