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검찰로부터 특수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중국인이 헌법재판소에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승소했다.

기소유예처분은 범죄혐의가 충분해 죄는 인정되지만 피해정도, 범행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해 전과자를 만드는 것보다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소를 유예해 주는 것이다.

특수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은 사건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 B씨, C씨, 피해자 D(20대 여성)씨는 모두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다.

A씨, B씨, C씨는 D씨의 남자친구와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그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자, 2017년 12월 7일 밤 9시 30분경 인천 중구 D씨의 남자친구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D씨의 남자친구를 만날 수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자, 이들은 D씨의 남자친구 집 앞에 놓여있는 택배상자 2개를 가지고 나왔다.

이 택배상자에는 D씨가 주문해 배달된 D씨 소유의 50만원 상당의 화장품 및 2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1시간 뒤 B씨는 D씨에게 전화를 걸어 D씨의 남자친구가 계속 연락을 받지 않아서 택배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B씨는 택배상자 2개를 중국인 친구에게 맡긴 후 2018년 3월 중국으로 출국했다.

B씨는 2018년 6월 C씨에게 자신의 친구로부터 택배상자 2개를 건네받아 D씨에게 돌려주라고 부탁했고, 이에 C씨가 지구대에서 D씨를 만나 택배상자 2개를 배달된 상태 그대로 돌려줬다.

이로 인해 A씨는 특수절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인천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택배물건을 훔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A씨의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2018년 8월 21일 청구인(A)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한다”며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금전적인 문제로 피해자(D)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찾아갔지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자 연락을 위한 수단으로 문 앞에 놓여 있던 피해자의 택배상자를 가져 온 점, 청구인 이외 다른 2명이 택배상자를 들고 나온 것이고 청구인은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점, 사건 발생 6개월 후 택배상자 2개를 배달된 상태 그대로 돌려준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에게 특수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검찰이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하는바,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해 입증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 등에 비추어 청구인에게 특수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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