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 비공개취소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공개하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법원행정처의 비공개결정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과 관련해, 국회에서 ‘판결비평 긴급좌담회’가 열렸는데, “대법원의 정상적인 판단이면 바로잡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변호사 출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사법농단 정보공개와 국민의 알권리’와 관련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 비공개 취소소송 2심의 문제점>을 주제로 판결비평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 좌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특히 이번 판결비평 사건 소송대리인 이용우 변호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가 나와 사법농단 문건 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의 경과와 판결 검토에 대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좌장인 한태훈 공동대표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특별히 사법부가 소송 당사자 관련자가 법원이거나 판사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사건이어서 큰 의미를 갖고 토론을 해보고, 저희들이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인데 오늘 좋은 의견들이 나와서 대법원도 꼼짝할 수 없는 좋은 논거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시작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양홍석 변호사의 발표 후에, 하태훈 공동대표는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사법농단의 주역인 법원행정처에 굴복한 판결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정리했다.

자유토론 시간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정보공개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위원들과 나눈 의견을 소개했다.

좌담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좌담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항소심 판결문을 보여주고 서울시정보공개심위원회에 올라왔으면 아마 공개결정이 나왔을 것이다. 그것도 만장일치로”라면서 “법원이 서울시정보공개심위원회의 정도의 수준도 못 되는 법률적 지식과 관성을 가지고 판결을 했다. 이게 대체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2심이 너무, 어떻게 항소심이 이런 식으로 판결을 할 수 있을까. 근거라도 논리적인 정황들을 이야기해 줬으면 좋았겠다”라면서 “제가 다 부끄러울 정도의 판결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항소심 재판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근거들을 찾다보니까 무리한 논거들이 끼어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그러자 한상희 교수는 “결국은 항소심 판결문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꼬았다.

참여연대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이날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었다.

이에 하태훈 공동대표는 “지금 대법원에도 남아 있는 분들이 계시지 않느냐”라고 묻자, 소송대리인 이용우 변호사는 “(특별조사단) 당시 처장이었던 안철상 대법관이 있다. 설마 이 사건이 (안 대법관에게) 배당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느 재판부에 배당되든) 사실 셀프 재판”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국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국장은 “이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인데, 상고전략은 어떤 게 좋을지 조언해 달라”고 토론자들에게 요청했다.

좌측 맨앞이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국장
좌측 맨앞이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국장

이에 양홍석 변호사는 “전략은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이용우 변호사님이 1심(승소 판결)에서 서면을 낸 것을 보니까 이미 주장들을 잘 하셔서, (대법원의) 정상적인 판단 과정이 있다면 상고심에서 바로잡아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홍석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양 변호사는 “(굳이) 전략이라면, 법원을 부끄럽게 해야 될 것 같다. 대법원에 (특별조사단장) 안철상 대법관이나, 사법농단에 언급된 권순일 대법관 이런 분들은 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 그리고 그분들과 오래 근무했던 분들도 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대법원에서 (대법관들이) 사실상 다 회피해야 한다. 차라리 판결이 이렇게 된 마당에 대법관들을 기피신청하고 당신들이 모두 (사법농단) 공범이라고 어필을 하면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판결을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개함으로써 비공개결정을) 바로잡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헌법심판도 제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법원행정처에서 사법농단 관련 문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기피신청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 그런데 정보비공개에 대해서 더 이상 다툴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법원에서 기각을 해버렸다. 하여튼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에는 갈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법관 기피신청은 항소심 재판장인 문용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좌담회에 참석해 경청하는 한상희 교수
좌담회에 참석한 한상희 교수

여기서 사건 진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는 2018년 6월 1일 법원행정처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410개의 파일 중 D등급에 해당하는 6개의 파일을 제외한 404개의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410개 파일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해 조사 대상자인 판사 4명이 사용했던 법원 공용 컴퓨터의 저장매체에 저장된 파일 중에서 암호가 설정돼 있거나 특별조사단이 관련 검색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추출한 406개 전자문서 파일과 인적조사 과정에서 포함시킨 4개 전자문서 파일이다.

정보공개대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국제인권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동향 파악 및 개입

▲국제인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개입

▲사법행정위원회 후보 성향 분석과 추천 개입 등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동향 파악 및 자발적 폐쇄 유도

▲법관에 대한 성향ㆍ동향 파악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개입 등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재판부 동향 파악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청와대 동향 파악

▲긴급조치 손해배상 1심 판결 관련 징계 검토와 직ㆍ간접으로 관련 있는 파일 160개

▲기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훼손한 의혹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파일 244개 등 404개이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6월 11일 전부 비공개결정 처분을 하며 거부했다. 이에 참여연대가 2018년 6월 28일 법원의 비공개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제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2018구합 69165)에서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러자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법관)는 자신의 비공개결정 처분을 유지하면서 지난 3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3일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19누38399)에서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준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결론은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므로 법원행정처의 비공개 처분은 적법하다”며 “1심 판결은 부당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날 판결비평 좌담회에서 사법농단 문건 정보공개청구 소송대리인 이용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를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 있다. 한상희 교수도 이를 주목해 헌법재판소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사법농단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월 5일 사법농단에 가담한 전ㆍ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기소하고, 대법원에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이용우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

이용우 변호사는 “사실 문용선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 비위통보 법관인지) 저는 사건 진행 중에는 몰랐다. 심지어 검찰의 차장검사가 이 (항소심) 판결을 보고, ‘문용선 부장에 대해 기자들이 알아야 된다’고 하면서 굉장히 어필을 했다고 한다. 차장검사가 그렇게까지 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다”라면서 “어쨌든 (문용선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관련자인데, 관련자가 이 사건을 책임지고 판결을 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행정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을 많은 부분 준용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하기 어려우면 사실 기피사유다. (항소심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가 사법농단에 연루돼 검찰로부터 비위통보 받은 것을) 그때 알았다면 기피신청을 했을 것”이라며 “그 자체로 법 외적으로도 논란을 삼아야 할 사안으로 보여지는데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막심하다”고 후회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어쨌든 이 사건 (사법농단 문건) 정보 중에 20대 국회의원에 대한 분석자료가 하나 있다. 거거에 보면 문용선 부장판사가 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부분 중 하나가 서OO 의원과의 관련성 부분이다. 그 내용들이 혹여나 그 자료에 일부라도 또는 404개 자료 중 문용선 부장판사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면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차원에서 (항소심) 재판부 구성의 위법을 건드릴 수 있을지 고민되는데 이는 정치하게(정교ㆍ치밀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정환 변호사
전정환 변호사

한편, 전정환 변호사(민변 사법농단 TF)는 “고등법원의 판결문을 한 줄 한 줄 반박하는 게 전략이지 않을까”라면서 “비공개 사유가 없으면 공개해야 되는 게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맞다. (정보공개청구) 여기서 뭐가 문제가 되는지 (대법원에) 구별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재판부 입장이) 궁색해 진다. 그러면 (재판부로선)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주장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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