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배우자가 있음에도 유부남인 것을 숨기고 미혼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혼 여성 A씨(20대)는 2016년 B(30대)씨와 6개월가량 교제하다가 중단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B씨는 2009년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A씨는 B씨와 성관계를 맺어 오던 중 임신해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에 A씨는 “B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교제하면서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하고 내게 임신중절수술까지 받게 했다”며 “따라서 B씨는 나를 기망해 정신적 피해를 입혔으므로 위자료로 5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단독 조순표 판사는 최근 A(여)씨가 유부남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B)는 원고(A)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조순표 판사는 “피고의 배우자(C)가 피고의 외도사실을 뒤늦게 알고 원고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C씨도 ‘원고가 피고를 처음 만날 때에는 유부남인 사실을 몰랐다’고 한 점, 피고는 원고와 교제하던 중 원고의 아버지를 만나 등산과 식사를 함께 했는데, 원고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과 교제 중인 피고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를 기망해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 판사는 “미혼 여성에게 있어서 상대방이 기혼자인지 여부는 교제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피고의 기망행위는 단순히 윤리적 또는 도덕적 비난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원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순표 판사는 “다만 원고가 임신중절수술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기망행위와 원고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해 조 판사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와 피고의 나이, 경력, 교제 기간 등 제반 사정을 두루 참작해 1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