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범죄로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고 다른 남자의 자녀를 포태하고 있음에도, 거짓말로 속여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는 남성과 혼인신고까지 한 사안에서 법원은 혼인신고를 취소했다.

부산가정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와 B(여)씨는 2017년 7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했다.

B씨는 교제 당시 A씨에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두 번의 결혼을 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최근 이혼하게 된 전 배우자의 폭행으로 손가락을 절단하는 상해를 입어 피해자 조사를 받는 등 힘들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A씨는 애틋한 마음에 B씨의 체납된 월세를 대납해 주거나 필요한 물품을 사주고 생활비를 빌려줬다. 또한 선박 기관사인 A씨는 거처가 마땅치 않은 B씨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지내도록 했다.

한 달 뒤 A씨는 원양 화물선에 승선했고, B씨와 문자와 전화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A씨는 승선 후 처음으로 외출을 나온 2017년 10월 30일 B씨와 결혼을 약속하고 혼인신고를 했으며, 당일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B씨는 A씨가 배에 복귀한 지 5일쯤 A씨에게 임신사실을 알렸다. A씨는 당시 첫 성관계 후 임신이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으나, 자신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낙태를 하겠다는 B씨를 다독이며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지냈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12월 중순경부터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친구를 통해 수소문한 결과 B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A씨는 구치소 접견에서 B씨가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는 없지만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므로 다시 B씨를 믿고 함께 지낼 신혼집을 구해 이사했다.

그런데 A씨는 이사 과정에서 2017년 5월에 검찰청이 보낸 체포통지서 등 서류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과거 수차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B씨가 인터넷 채팅으로 조건만남 또는 성매매를 한 후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성매수남들을 성폭행 등으로 허위 신고해 무고하고 이 과정에서 전 남편과 함께 공갈했다’는 범죄사실로 구속돼 구치소에 구금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편, B씨는 구속수감 중이던 2018년 5월 중순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A씨와 아이 사이에 실시된 유전자검사에서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A씨가 B씨를 상대로 혼인취소 소송을 냈고,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이미정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B씨 사이에 2017년 10월 30일 구청장에게 신고한 혼인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미정 판사는 “인정사실 및 원고가 피고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혼인 당시 피고가 무고와 공갈 등 범죄사실로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고 다른 남자의 자녀를 포태하고 있어 원고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원고는 이를 알지 못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구청장에게 신고한 혼인은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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