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회의원에 ‘종북의 상징’ 표현…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아냐”
대법원 “국회의원에 ‘종북의 상징’ 표현…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아냐”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6.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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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국회의원에게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고,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인격권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수경 국회의원은 2013년 7월 27일 인천광역시가 백령도에서 개최한 ‘정전 60주년 기념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송영길 인천시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박상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7월 30일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판하면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모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매체들은 성명서에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르는 송영길 시장을 과연 인천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을 발췌해 보도했다.

이에 임수경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종북의 상징’이라 지칭해 종북의원으로 인식돼 정치인으로서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또한 “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해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박상은 의원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2014년 3월 임수경 의원이 박상은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명서의 표현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암시한다거나 묵시적으로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북의 상징’이라는 표현은 원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과도 연관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박상은 의원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24민사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2014년 7월 박 의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명서가 주로 원고가 아닌 당시 인천시장을 비판하려는 것이고,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지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치명적으로 부정적인 의미, 피고가 성명서를 발표한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피고가 성명서를 통해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지칭한 것은 의견표명으로서의 허용한계를 벗어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박상은 의원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항소심 이후 5년만에야 나왔는데,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1심, 2심)과 달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박상은 의원의 ‘종북의 상징’ 표현행위가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임수경 의원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의 여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13일 임수경 전 국회의원이 박상은 전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20798)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해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공적인 관심사안은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ㆍ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며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표현행위의 내용ㆍ형식뿐 아니라 표현행위가 행해진 정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가 성명서에서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이렇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성명서를 통해서 천안함 46용사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영혼들이라는 점과 대비해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됐다고 보이고, 이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한편, 피고는 국회의원으로서 성명서를 통해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인 원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구 주민들의 인천시장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위 표현행위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고는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공세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또한 피고가 성명서를 통해서 원고를 비판한 것에 대응해 원고 역시 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서로 간의 정치적 공방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지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치명적이고 부정적인 의미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지칭한 것은 의견표명으로서의 허용한계를 벗어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 대법원 제2부의 재판장은 박상옥 대법관, 주심은 노정희 대법관 그리고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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