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모텔 매각 굿 대가로 2억 1000만원 챙긴 무속인 사기죄 실형
수원지법, 모텔 매각 굿 대가로 2억 1000만원 챙긴 무속인 사기죄 실형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6.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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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무속행위를 해야 모텔을 고가에 매각할 수 있다고 속여 무속행위 대가로 2억 1000만원을 받아 챙긴 무속인에게 법원이 사기죄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판결문과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수원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무속인 A씨는 2017년 9월 손님 B씨와 상담을 했다. 모텔을 운영하는 B씨는 모텔을 매도하려는데 40억원 이상의 매매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이 없어 걱정을 털어놨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나는 하늘에서 바로 신의 계시를 받고 있다, 야생 황여우ㆍ백여우ㆍ검은여우를 불태운 가루로 행사를 치루면 모텔이 10월 또는 늦어도 12월말 사이에 43억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매각된다”고 현혹시켰다.

그는 “그런데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는 구하기 어려워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효험을 보기 위해서는 행사를 치러야 하고 그 대가로 2억원 중 1억원은 선납해야 하고 나머지 1억원은 매각된 이후에 지급해도 된다, 이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속은 B씨는 무속행위 대가 명목으로 그때부터 2018년 1월까지 8회에 걸쳐 2억 1000만원을 A씨에게 송금했다.

검찰은 “A씨는 신용불량 상태여서 딸을 사업자 명의로 신당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기껏해야 1500만원을 넘는 행사비용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고가의 모텔을 매도하려는 피해자에게 무속행위를 빌미로 고액의 대가를 받아낼 생각일 뿐이었으며,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모텔이 판매될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모텔이 고가에 판매되도록 할 능력도 없었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A씨와 변호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무속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일 뿐 피해자의 모텔을 높은 가격으로 팔리도록 해주겠다고 속이고 받은 것은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두홍 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두홍 판사는 먼저 굿을 하는 무속인의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해 짚었다.

그는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해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어서, 이러한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요청자가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목적 달성을 위한 무속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목적달성을 위한 의사로서 이를 한 이상, 비록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행자인 무당 등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다만 시행자가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효과 있는 것같이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해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해 요청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정리했다.

A씨 사건에 대해 김두홍 판사는 “피고인은 종교행위인 무속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텔에서 부적을 태우거나 굿을 하는 등의 무속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언급한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를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또 전 남편을 모텔 매수에 관심이 있는 재력가인 것처럼 가장해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모텔에 방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 2매를 제출했으나, B씨는 “본 적도 없는 문서”라고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

김 판사는 “무속인과 사이에 무속행위를 의뢰하면서 서면으로 된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약정서를 두 번씩이나 작성하면서 의뢰인인 피해자의 자필서명 없이 오로지 무인(지장)만 날인한 것은 더욱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처음에 굿을 해주는 대가로 피해자로부터 2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약정서에 기재된 천도제 금액은 1억 8000만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약정서에 ‘모텔 등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매매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변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김 판사는 “설령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하더라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텔을 43억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매각시켜 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기망했고, 피해자가 위와 같이 속은 상태에서 위 약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약정서의 존재만으로 피고인의 사기 고의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 김두홍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2억 1000만원으로 큰 금액이고, 범행 수법 등에 비춰 죄질도 좋지 않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합의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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