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훈 판사, 밀수입 조현아ㆍ이명희에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판결 왜?
오창훈 판사, 밀수입 조현아ㆍ이명희에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판결 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6.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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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구입한 신발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을 밀수입 범행 도구로 전락시킨 갑질 행태다.

담당 재판장은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은 ‘범죄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 보다는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더 중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피고인들의 사회적 지위 자체를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범죄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양형을 정함이 옳다”고 판결하면서다.

특히 “피고인들이 (밀수입 범행도구로 전락시킨 대한항공) 직원들의 처지와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부가한다”고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3년 5월 해외 유명브랜드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96만원 상당의 신발을 구매한 후 대한항공 뉴욕 지점으로 배송시켰다. 그러면 뉴욕지점 직원은 물품을 수령해 대한항공편으로 국내로 반입시키고, 인천공항 수하물운영팀 직원들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직접 수령해 세관 신고 없이 입국장 밖으로 반출했다. 이후 운전기사 등을 통해 조현아 부사장에게 전달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18년 5월까 202회에 걸쳐 밀수입했다. 범칙시가로 8873만원 상당이다.

이에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그의 지시를 받고 밀수입에 가담한 대한항공 직원들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이사장은 2013년 5월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 직원에게 대한항공 해외 지점장을 통해서 해외 식품, 도자기 등을 구매해 국내로 배송하라고 지시하면, 직원은 대한항공편에 물품을 실어 국내로 반입시켰다. 이후 수하물운영팀 직원들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수령해 세관 신고 없이 입국장 밖으로 반출한 후 비서실 직원과 운전기사 등을 통해 이명희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명희 이사장은 2018년 3월까지 46회에 걸쳐 밀수입했다. 범칙시가로 3712만원 상당이다.

이 이사장은 또 2014년 7월 자신의 집에 비치할 3200만원 상당의 프랑스 소파를 대한항공편을 이용해 국내로 수입하면서 담당관세사에게 의뢰해 납세의무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신고하게 시켰다.

인천지방법원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지난 13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원을 선고하고, 63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 전 이사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3712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특히 재판장은 피고인 조현아와 이명희에게 각각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오창훈 판사는 “조현아는 2014년 12월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사퇴한 후 대항항공에서 직책이 없었고, 이명희는 대한항공에서 처음부터 직책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대기업 회장의 가족이라는 지위에 있음을 기화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직원들을 범행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초점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정을 완전히 도외시할 수 없겠지만,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은 ‘범죄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 보다는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더 중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강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회적 역할이 크다는 이유로 약한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처럼, 범죄행위의 내용과 경중을 고려함이 없이 엄벌 일변도로 나가서도 안 된다”고 짚었다.

오창훈 판사는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때만이 비로소 그 강제력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고, 법수범자의 자발적인 준법의식을 도출할 수 있다. 법이 사람에 따라 사건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그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들이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신고하고 물품을 수입한 행위에 대해 관세법위반죄로 기소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사회적 지위 자체를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범죄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양형을 정함이 옳다”고 설명했다.

오 판사는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도로 전락시킨 대한항공) 직원들의 처지와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부가한다”고 판시했다.

오창훈 판사는 피고인 조현아에 대한 개별적 양형이유도 밝혔다.

오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점, 범행횟수도 많으며 밀수입 물품의 시가도 적지 않은 점, (땅콩회항 사건) 판결 확정 후의 범죄는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인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이라고 말했다.

오창훈 판사는 “하지만 밀수입 물품을 보면 피고인이 일부 고가의 물품을 밀수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류, 화장품, 어린이 의류, 장난감, 책, DVD, 문구류, 자수용품, 주방용품, 장식용품 등 일상생활용품”이라며 “또한 피고인은 자신이 소비할 의도로 밀수한 것이지, 밀수한 물품을 국내시장에 유통해 판매차익을 남기고 유통질서를 교란시킬 의도로 범행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 범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 사건이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한 사건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이 입금된 통장을 수사기관에 스스로 제출해 추징보전처분에 협조하기도 했다”며 “범행횟수, 범칙금액, 동종 유사사건의 양형 사례에 비추어 벌금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인 이명희에 대한 개별적 양형이유에서 오창훈 판사는 “범행기간, 범행횟수, 범행내용, 범칙시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전제했다.

오 판사는 “하지만 허위신고범행은 품목을 허위신고 한 것이 아니라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만을 허위신고 한 것이어서 관세의 징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고, 대한항공에게 관세 상당액 전액을 변제했다”며 “밀수입 물품은 자가소비용 물품으로, 국내시장에 유통해 판매차익을 남기고 유통질서를 교란시킬 의도로 범행한 것이 아니다”고 봤다.

또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이 입금된 통장을 수사기관에 스스로 제출해 추징보전처분에 협조하기도 했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이러한 사정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밀수입 범행에 가담한 대한항공 직원들에 대해 오창훈 판사는 “피고인들은 아무리 회장 가족의 지시라도 그것이 부당한 지시라면 거절했어야 했음에도 범행에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오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들과 가족들 생계의 원천이자 자아실현의 장인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지시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은 없어 보이고,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으며, 관세법위반죄의 특성상 피고인들에게 고액 벌금액이 산정됐는데, 이를 실제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된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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