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회의원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특권이 주어져 있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는 관행, 그리고 국회의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제도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본분을 망각하고, 그들의 특권 챙기기에만 안주하게 된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국회 불신도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적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월 10일 “정개특위는 국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20대 국회 특권 내려놓기 의견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의견서에는 ▲비리 국회의원 봐주기 근절(불체포 특권 오남용 금지) ▲비윤리적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강화(면책특권 오남용 금지/징계 강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시 활동비 지급 금지 ▲국회의원들의 셀프 ‘세비’ 결정 금지 ▲보좌진 친인척 채용 문제 해결 ▲국회의원 외유성 해외출장 근절 문제를 짚고 해결 개선책을 제시해 주목할 만하다.

제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018년 7월 26일 선거제도 개편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논의하기 위해 신설됐다. 활동시한이 6월말 만료될 예정이다.

경실련은 “정개특위는 오랜 공전 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이를 신속처리안건(패스스트랙안)으로 지정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척된 바가 없다”며 “이에 국회가 정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하고,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시급히 논의해 정치개혁의 초석을 다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특권이란 잘못을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고, 국회의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불합리한 제도와 잘못된 관행을 말한다”며 “제20대 국회에서는 유독 국회 내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제15대부터 제20대 국회까지 국회의 불합리한 제도와 잘못된 관행에 대한 특권 실태를 토대로, 20대 국회에 특권 내려놓기 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 <비리 국회의원 봐주기…체포동의안 47건 중 5건만 가결>

경실련에 따르면 사학비리, 채용비리 등 각종 비리 혐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제15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총 47건인데, 이 중에 가결된 것은 총 5건(10.63%)에 불과했다. 제20대 국회의 경우 총 5건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됐는데, 홍문종(사학비리 혐의) 의원과 염동열(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고, 나머지 3건이 계류 중이다.

경실련은 “현재 불체포특권은 비리 혐의 국회의원의 보호막 역할로 전락했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회기 중에 의원들을 체포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헌법상 불체포특권은 행정부가 자신에 대한 견제기능을 약화시키고자 국회의원의 활동을 억압하는 것을 방어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국회의원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회기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동료 의원을 보호하는 식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헌법상 주어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인정하되, 그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해 불체포특권이 비리 의원에 대한 봐주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 비리 혐의 의원들을 보호하는 방탄국회가 되지 않도록 국회법(제26조)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하면서 비리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사례가 속출되고 있다”며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석방요구안에 대한 표결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기명 표결로 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비윤리적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강화>

국회의원의 윤리 문제를 처벌하기 위해 국회 내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구성돼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윤리특위가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동료 감싸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자문위원회를 두었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실제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15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 현재까지 제출된 전체 의원 징계안 232건 중 처리를 무기한 연기해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된 징계안이 총 128건(55.17%)에 이른다. 이렇게 심사조차 하지 않고 폐기되는 비율이 전체의 약55.17%에 달한다.

제20대 국회의 경우 현재까지 윤리특위에 43건의 징계안이 상정됐고, 철회 3건, 심사대상 제외 2건을 제외한 징계안 38건이 아직도 계류 중이다. 징계안 43건 중 막말이 22건, 괴담과 선동이 8건, 국회의원 내부 정부 이용 재산증식과 직권남용이 5건, 성추행 등 품위유지 위반 3건, 직무수행 방해 2거나 국가기밀 누설 2건 등이다.

경실련은 “불체포 특권과 마찬가지로 면책 특권의 경우 삼권 분립에 의거해 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필요한 권한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국회의원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행동은 국회 윤리특위를 강화해 확실히 처벌하거나 제재하도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윤리심사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 윤리특위에 외부 인사(학계ㆍ법조계ㆍ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만으로 구성된 ‘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조사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조사에 착수해 징계안(징계 수준과 내용)을 의결, 권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조사위가 권고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처리를 완료하도록 해야 하고, 의원 징계에 대한 회의를 원칙적 공개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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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시 활동비 지급 금지>

헌법 제43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규정한 국회법 제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해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별 현직 국회의원 장관 비율을 보면, 김대중 정부는 19.8%, 노무현 정부는 13.2%, 이명박 정부는 22.4%, 박근혜 정부는 23.3%를 차지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33.3%이다.

국무위원 겸직 국회의원들은 겸직 기간 동안 사실상 국회 회의 출석이나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 성실 수행 의무에도 어긋난 것이다.

경실련은 “권력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ㆍ국무위원을 겸직할 경우, 여당의원의 행정부 견제 역할에 문제가 발생하고 대통령의 영향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국회의원이 국무총리ㆍ국무위원 겸직 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에 전념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혜택을 세비를 제외하고 중복해 받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시 국회의원으로서 받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중복해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나아가 국회의원의 국무총리ㆍ국무위원 겸직은 삼권 분립에 위배되며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국무위원 겸직 금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 국회의원 셀프 ‘세비’ 결정. 2년 연속 인상>

경실련은 “국회의장이 국회 내부 규정인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고치는 방법으로 수당을 인상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세비는 1억 4737만원이었는데, 2018년 국회의원 세비가 1억 4994만원으로 인상된데 이어, 2019년에도 1억 5176만원으로 연속 인상됐다.

또 2019년 기준 국회의원 보수는 월 735만 9000원에 해당하는 수당, 월 136만 8000원에 해당하는 상여금, 월 392만원에 해당하는 활동비로 구성돼 있다. 경실련은 “이 중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가 비과세돼 편법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국회의원 세비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을 제외한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기구(국회의원보수산정위원회)에서 국회의원의 세비를 결정하고, 이 권고안을 국회가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국회의원보수산정위원회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하고, 국회의원을 제외한 외부 인사로 학계ㆍ언론계ㆍ법조계ㆍ종교계ㆍ시민단체 등이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 공무원의 보수를 법률로 정하고 관보에 게재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과 같이 국회의원 세비의 항목을 모두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특히 입법활동과 회의참석은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이므로 별도의 ‘활동비’ 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따라서 입법활동비에 관해 규정한 제6조와 특별활동비에 관해 규정한 제7조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서 삭제함으로써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국회의원들은 활동 범위가 공개된 직무”라며 “의정활동 외에 특수한 비밀 목적의 활동으로 활동비를 사용할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장을 포함해 특수활동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보좌진 친인척 채용 문제 해결>

국회의원 1명은 보좌직원으로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ㆍ7ㆍ8ㆍ9급 상당 비서 각 1명 등 총 8명을 채용할 수 있고, 국회 인턴은 1년에 22개월 이내로 2명씩 채용할 수 있다.

이들 보좌진의 한 해 보수는 △4급 7750만 9960원 △5급 6805만 5840원 △6급 4721만 7440원 △7급 4075만 9960원, △9급 3140만 5800원, △인턴 1761만 7000원 등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혈세 낭비에 대한 비판이 야기되고 있다. 현재 친인척 관련 보좌직원 채용 제한 규정은 없다. 본인이 직접 고용하거나 다른 의원의 보좌진으로 서로 교차 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7월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이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또, 국회의원 친족(5촌~8촌까지의 혈족) 등 보좌직원 채용사실을 신고토록 하고, 이를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도록 했다.

경실련은 “하지만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 말고도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휩싸일 수 있으므로,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고, 이 속에 친인척 채용 금지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이미 정부와 국회 등 공적 기관에 가족이 채용 및 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한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
국회의원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

◆ <국회의원 외유성 해외출장 근절>

경실련이 지난 2018년 4월 17일, 국정감사 대상 기관 중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한 43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12년 5월 30일부터 2018년 4월 17일까지 피감기관의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431개 기관 중 총 46개 기관이 해외 출장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총 227회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이 정보공개청구 결과 알아낸 주요 특이사항은 일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으며, 국회 임기 마지막 출장으로 인해 외유성 출장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주말(토, 일)을 추가로 머무르는 등 관광 등 외유의 가능성도 있었다. 일정 전반에 특색이 없고, 지역과 내용이 중복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편 업무추진비가 중복으로 지원된 경우도 발견됐으며, 이에 비해 보고서에서 의원들의 시찰 소감이 너무 빈약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교 활동과 관련한 내용들이 정보 공개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비공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며 “따라서 국회의원의 ‘의원 외교 활동’에 대한 사전계획서 및 결과보고서의 공개를 통해 국민들이 언제든지 공개 열람토록 해, 해당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이 공무에 적합한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인지, 외유성은 아닌지를 따져보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경실련은 “현재 국민 사이에서 팽배해진 정치 불신은 사실상 국회 내 특권적 관행과 이를 오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없이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이루어냈다고 말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국회 내 특권적 관행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국회 관행이 바뀌지 않고, 선거제도만 바뀐다고 해서 정치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며 “선거제도가 바꿔서 새로운 정당이나 인물이 국회에 들어간다 해도,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그대로라면 새로운 변화가 아닌 기득권이 될 뿐이다”고 직시했다.

그러면서 “똑똑하고 유능한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가고 나면, 기성 정치인이 된다는 것을 국민은 안다”며 “20대 국회가 선거제도 개혁과 더불어 불합리한 제도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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