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흔히 ‘종북 딱지를 붙인다’는 말이 있다. ‘종북’이라는 매우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딱지’가 붙여진 당사자는 그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린다. 정치인과 같은 공인은 ‘종북’이라는 의혹제기를 받으면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종북’ 표현과 관련해 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이어 지난 4월에도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북’ 표현에 대한 논란은 우리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에 이번 대법원 판결을 자세히 짚었다.

아울러 ‘거머리’, ‘매국노’라는 표현에 대해 대법원은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수언론인 변희재씨는 2013년 1월 21일부터 2014년 2월 16일까지 총 13회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에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종북’으로 표현해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변씨가 사용한 주요 내용을 보면 ▲종북 혐의 ▲종북에 기생하여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종북의 존재를 뻔히 알면서 이를 오히려 국민들에 은폐하고 이들의 힘을 빌어 당선된 뒤 국민의 혈세로 보은을 하고 있는 ▲간첩들을 비호하고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 속이고, 이들과 함께 정권을 잡으려는 ▲종북세력에 기생하는 종북거머리떼들 ▲종북세력을 은폐하며 손 잡은 건 종북 보다 더 나쁜 종북 ▲ 종북 성향 ▲ 종북 세력 ▲ 종북척결 국민대회 등의 표현을 썼다.

변희재씨는 또 2014년 2월 16일부터 22일까지 트위터에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한다” 등의 글 16개도 게재했다.

이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4년 9월 “변희재씨가 이재명을 ‘종북에 기생하는 거머리’ 등으로 지칭해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그리고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와 관련해 “이재명을 ‘매국노’라고 표현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적 표현을 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소송에는 성남시도 함께 했다. 한편 변희재씨가 이재명 시장이 SNS에 언급한 ‘ATM(현금자동인출기)’와 관련해 이재명 시장에게 반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며 사건이 커졌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여기서는 종북 표현 사건만을 다룬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양희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변희재)는 원고(이재명)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변희재씨와 이재명 시장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이재명 시장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면서 변희씨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표현행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이재명)의 정치적 성향 자체를 ‘종북’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고, 피고가 사용한 ‘종북’의 의미는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표현행위로 인한 사실의 적시가 진실하거다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종북’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지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에 비춰 보더라도 이를 단순히 수사적인 과장으로서 허용되는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하급심(1, 2심) 판단 뒤집은 대법원의 ‘종복’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에 변희재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종북’ 표현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1심, 2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4월 3일 이재명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가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78166)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쉽게 말해 ‘종북’ 표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 제1부에는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이 있다.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문제되는 사건에 있어서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고, 그 책임의 인정 여부도 달리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표명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정치적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됐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고,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며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해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은 사실문제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의견과 섞여 있어 논쟁과 평가 없이는 이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해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ㆍ이념적 논쟁 관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작년 10월 30일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14다61654)도 언급했다.

여기서 잠시,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북’에 대해 어떻게 봤을까.

전원합의체는 “종북이라는 말은 과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뜻하는 것이었으나, 이후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ㆍ반사회 세력’이라는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 말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시대적ㆍ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용어 자체가 갖는 개념과 포함하는 범위도 변하고, 평균적 일반인뿐 아니라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이 말에 대해 느끼는 감정 또는 감수성도 가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원합의체는 “따라서 단순히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적시라고 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으로서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대법원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의 표현행위에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원고(이재명)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여러 언론에서 제기된 이재명 시장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종북이란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봐서다.

재판부는 “피고의 표현행위 당시 원고(이재명)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공적 인물이었고,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언론에서 제기한 논란이나 의혹에 대해 스스로 정치적 의견 등을 자주 표명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종북’이라는 표현에 대응해 반박함으로써 상호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으므로,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는 2009년 언론매체를 창간한 후 대표로 활동하면서 각종 정치적 사안이나 정책 등에 관해 다른 언론매체나 방송에 출연 또는 기고 등을 통해 다양한 언론활동을 해왔고, 이 사건 표현행위 당시에도 성남시장으로 활동하던 정치인 원고에 대해 여러 언론으로부터 각종 논란이나 의혹이 제기되자, 피고가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의사로 이 사건 표현행위에 이름으로써 이 사건 표현행위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의 표현행위에 대해 명예훼손을 인정하거나,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면서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 판단에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의 표현행위에 포함된 ‘종북’과 같은 표현에 사실의 적시가 없다고 하여 명예훼손책임을 부정하더라도, 그 밖에 ‘거머리떼들’ 등의 모욕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표현행위로 인해 원고에 대해 모욕 등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변희재씨가 트위터에 올린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합니다”, “서울시 박원순, 성남의 이재명, 영원한 매국노들로 역사에 기록해야 합니다” 등의 글도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하급심(1,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원고를 ‘매국노’라고 표현한 행위는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하급심(1, 2심)이 ‘종북’ 발언과 ‘매국노’ 발언을 묶어 위자료 400만원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 패소 부분 중 종북 표현부분과 나머지 부분을 통틀어 피고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함으로써 이 사건 표현행위로 인한 위자료 액수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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