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3년 동안 집회를 열면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트는 등의 방법으로 삼성전자와 인근 어린이집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김성환 위원장은 2012년 10월 18일경부터 2015년 7월 22일경까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사옥 앞에서 116차례 집회를 열면서 현수막, 피켓 등을 설치한 채 고성능 확성기, 앰프 등을 사용해 구호를 외치고, 장송곡을 트는 등의 행위를 했다. 당시 71.9dB ~ 98.6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인근 어린이집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는 2016년 7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성환 위원장과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형사부(재판장 임성철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에게 1심 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또한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먼저 김성환 위원장은 “집시법 및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소음기준을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가 소음을 발생시킨 것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회나 시위 행위가 소음을 발생시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는지를 판단하려면, 집시법의 소음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 등을 종합해 집회나 시위가 목적 달성의 범위를 넘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집회나 시위가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소음기준을 준수했다고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다거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최한 집회는 목적 달성의 범위를 넘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행위는 업무방해죄를 구성하고,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회에서 욕설과 비방이 섞인 발언을 한 사실, 집회의 소음이 크고 차량의 진출 등이 방해된다는 이유로 경찰에 다수의 신고가 접수됐던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일축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집회로 인해 피해자 삼성전좌와 어린이집 원장의 업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으며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며 “피고인이 집회를 개최하고 소음을 발생시켜 피해자 삼성전자 및 어린이집 원장의 경영, 운영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또 “삼성일반노조의 위원장으로서 근로자들의 지위향상과 근로조건 유지ㆍ개선을 위해 집회를 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2년 10월 18일부터 2015년 7월 22일까지 집회 장소에서 고성능 확성기, 앰프 등을 사용해 구호를 외치고, 장송곡을 트는 등의 행위로 71.9dB에서 98.6dB에 이르는 소음을 116회에 걸쳐 발생시킨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음에 대해 꾸준히 민원이 제기됐고, 피고인이 법원으로부터 소음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까지 받았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집회를 개최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거나 최소한 미필적으로는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성환 위원장은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면서, 반면 검사는 “1심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업무공간과 가까운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하면서 현수막ㆍ피켓 등을 설치하고, 확성기와 앰프를 이용해 구호를 외치고 장송곡을 트는 등의 행위로 피해자들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삼성전자의 주주 및 대표이사에 대해 욕설 섞인 언행을 했으며, 피해자 어린이집 원장이 돌보는 원아들에 대하여는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삼성전자 또는 계열사의 직원이 아니면서도 이른바 ‘삼성일반노조’라는 이름의 노동조합을 조직했고, 스스로 위원장이 돼 범행을 주도했던 점, 범행의 기간이 매우 길고 횟수도 많은 점, 피해자들의 항의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범행을 계속한 점,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의 동종 전과가 집행유예를 포함해 5회 있는 점 등을 모아보면,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김성환 위원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근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단을 확정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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