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학, 성희롱 대학생에 ‘공개사과문’ 징계는 무효…양심의 자유 제한”
서울고법 “대학, 성희롱 대학생에 ‘공개사과문’ 징계는 무효…양심의 자유 제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6.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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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대학교 내에서 성희롱 행위를 한 가해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음에도 ‘공개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한 징계는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징계권의 발동이나 양정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대학교 14학번인 A씨는 유일한 여자 동기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3년여 동안 성적 수치심을 느낄 발언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2017년 10월 대학으로부터 200시간의 봉사명령과 공개사과문 게재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징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학의 학교법인을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1심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8년 10월 “징계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성희롱적 발언이었다고 인정되고, 징계의 수준도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징계처분 중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대학교 학생상벌에 관한 규정에 근거가 없고, 원고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봉사명령 200시간 및 공개사과명령이 포함된 징계처분이 원고의 행위에 비해 과중한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은 “학생(A)에 대한 징계처분이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지난 5월 31일 대학생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징계 중 공개사과명령은 학교의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8나2068422)

재판부는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이 교육적 재량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고, 학생에 대한 징계권의 발동이나 징계의 양정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위법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이 사건 징계처분 중 공개사과명령은 법령상 피고(대학)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므로 무효”라며 “그리고, 공개사과명령이 무효인 이상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은 전부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왜냐하면 피고에게는 징계 양정에 관해 재량권이 인정되므로, 법원으로서는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으로 무효인지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을 초과한 부분만의 일부무효를 선언할 수는 없고, 피고로 하여금 징계재량권을 다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바, 피고가 공개사과명령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봉사명령 200시간의 징계처분만 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등교육법 제13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면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징계의 종류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대학의 상벌규정 제5조는 학생에 대한 징계의 종류를 7일 이상 1월 미만의 근신, 1월 이상 3월 이하의 유기정학, 3월 초과의 무기정학 및 퇴학으로 구분하면서, 개전의 정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봉사명령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을 징계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따라서 A씨 징계처분 중 고등교육법 및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는 공개사과명령은 법률과 학칙에 위반해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편 이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징계가 의결된 가해자에 대해 ‘비공개 사과문, 반성문 및 각서’의 조치를 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조치에 관한 규정일 뿐, 고등교육법 및 학칙에 따라 학교의 장이 행하는 징계의 근거규정이 아니다”고 봤다.

이어 “설령 위 규정이 징계처분의 근거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공개가 아닌 공개사과문 게재는 위 규정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공개사과명령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만약 위 규정에 따른 조치에 공개사과명령과 같은 징계처분이 포함돼 있다고 해석한다면, 비례의 원칙에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공개사과명령도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리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요청이 있거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가해학생에 대하여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법률 조항이 서면사과를 명령 또는 강제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위 법률은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내외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징계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개사과명령은 비행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피징계자(A)에게 비행을 자인할 것을 강요하고, 스스로 인정하거나 형성하지 아니한 윤리적ㆍ도의적 판단을 외부에 표시할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는 것이며, 따라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서 비록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인 피징계자(A)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에 기한 것으로서, 목적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피징계자의 양심의 왜곡ㆍ굴절 내지 이중인격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고, 공개사과문 게재 명령이 아니더라도 피징계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피징계자의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면서도 피징계자에 대한 반성의 촉구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므로,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자신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믿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뜻이 전혀 없는 원고에 대한 공개사과명령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학생에 대한 징계의 요건 및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의 ‘교육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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