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의사 A씨는 2017년 2월초~3월 중순까지 자신의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입간판에 ‘지인을 소개하는 기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을 수 있는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포스터를 게시했다.

검찰은 A씨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했다는 의료법 위반 범죄사실로 조사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어떤 사람이 죄가 된다고 판단하면서도 피의자의 성행,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를 하지 않고 유예하는 처분을 말한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A씨는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30일 환자 유인행위에 관한 의료법위반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의사 A씨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7헌마1217)

헌재는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의 규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러한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를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 제공’은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청구인이 환자들에게 위와 같은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의 실질은 청구인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내지 면제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어 “위 상품권을 환가하거나 유통시키는 등 이를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용이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위 상품권이 청구인 병원에서 사용되는 것 외에 달리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수사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따라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금품 등 제공 행위에 준하는 행위라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행위가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헌재는 “청구인이 게시한 포스터의 내용은 지인을 소개한 기존 환자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포스터는 사실상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만이 볼 수 있는 병원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됐다”며 “또한 포스터가 게시된 기간은 한 달 반에 불과하고, 상품권은 청구인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와 같은 청구인의 행위가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하게 해칠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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