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자신의 진로를 방했다는 이유로 승용차를 뒤따라가 경적을 울리고 부딪힐 것처럼 위협운전을 하고 욕설을 한 택시기사가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가 2017년 12월 16일 밤에 울산 남구에서 운전하다가 B씨(30대)의 승용차가 자신의 진로를 방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수회 경적을 크게 울린 후 승용차를 따라가 부딪힐 것처럼 좌우로 운행하며 위협했다.

검찰은 A씨가 경적을 울리고,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갑자기 B씨의 승용차 전방으로 끼어들어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등 위협함으로써 B씨에게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난폭운전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B씨가 사거리 부근에서 정차하자 A씨는 창문을 열고 B씨와 처에게 큰소리로 험한 욕설을 했다.

검찰은 “이로써 A씨가 ‘위험한 물건’(택시)을 휴대해 피해자를 협박했다”면서 재판에 넘겼다.

반면 A씨는 피해자의 차량을 추월한 사실은 있으나, 위협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처가 먼저 욕설을 해 자신도 욕설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2018년 11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는 보이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에 해당한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 등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차량에 경적을 울리고, 피해자 차량과 극히 가까운 상황에서 끼어들기를 했다가 다시 차로로 복구했으며, 피해자가 옆 차로에 정차하자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했다”며 “일련의 행위는 협박죄에 있어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며 “협박죄에서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는 통상 언어에 의하는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거동으로 해악을 고지할 수도 있다”고 대법원 판례(2009도5146)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우회전을 하며 자신의 경로를 방해했다고 생각해 격분한 나머지 피해자를 추월하기 위해 속력을 높이고 피해자 차량 앞으로 차선을 급하게 변경했다가 다시 차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와 같은 추월 및 차로 변경 행위는 그 자체로도 상대 운전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상대 운전자가 평정심을 잃어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고 차량을 피하는 데에만 신경 쓴 나머지 전방주시 등을 소홀히 하게 돼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서, 협박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역시 피고인의 운전으로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의 운전행태와 정차 후 피고인이 취한 행동 및 당시 피고인의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음을 아울러 고려하면 협박의 고의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택시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피해자의 운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위협을 가했다”며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공포심을 안길 뿐만 아니라 더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피해자를 탓할 뿐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건과 유사한 난폭운전으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도 있는 점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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