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육아휴직 기간 동안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했다는 이유로 ‘감봉’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공무원이 징계 취소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경위로 임용돼 2014년 경감으로 진급했다.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로스쿨에 합격한 A씨는 2015년 3월 로스쿨에 입학해 1학기를 마친 후 2015년 7월 31일부터 2016년 7월 30일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해 사용했다.

그런데 A씨는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로스쿨에서 19학점을 이수했고, 육아휴직기간 중 로스쿨을 다니면서 2015학년도 2학기에 8과목 20학점, 2016년도 1학기 6과목 18학점, 2016년도 2학기 6과목 18학점, 2017년도 1학기 6과목 12학점 등 합계 26과목 68학점을 이수했다.

제주지방경찰청장은 2015년 4월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과ㆍ실, 경찰서 등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휴직자 복무관리 강화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A씨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8회에 걸쳐 휴직자 복무상황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데, 그때마다 신고서에 로스쿨에 재학 중인 사실을 한 번도 기재하지 않았다.

제주지방경찰청장은 2017년 9월 A씨에게 국가공무원법 성실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A씨가 육아휴직을 승인받은 후 로스쿨에 재학해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17년 12월 A씨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감봉 1개월의 징계로 감경했다.

그러자 A씨는 징계처분은 3가지 이유에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첫째, “육아휴직 중에 성실하게 육아를 했고, 다만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에 재학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원고의 육아 방식에 대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육아휴직 중에 로스쿨을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휴직의 목적 외 사용’이라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둘째 “피고는 원고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당시에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육아휴직을 허가했으므로, 이후에 이를 문제 삼아 징계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셋째 “피고가 기존에 연수휴직 등을 사용해 로스쿨에 재학한 경찰관들에게 견책 또는 불문경고를 했음에도 원고에게 그보다 중한 감봉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2일 경찰공무원 A씨가 제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육아휴직 중 로스쿨에 재학한 행위는 ‘휴직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며 “원고는 육아휴직기간 동안 자녀의 양육에 전념하고,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에 재학했다고 주장하나, 합리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원고가 육아휴직 중에 2년간 로스쿨에서 수강한 과목과 학점이 총 26과목과 68학점에 이르러서(연평균 13과목과 34학점으로서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수강하는 과목ㆍ학점과 엇비슷), 학습량이 상당히 많고 그만큼 로스쿨에서 수업과 공부로 보낸 시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게다가 로스쿨은 통상 3년 동안 전반적인 법학 과목을 90학점 이상 이수해야 수료가 가능하고, 그 직후 실시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원고가 세심한 주의와 보살핌이 필요한 영유아 자녀 2명의 육아활동에 전념하면서 로스쿨 수학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도 아침에 자녀 2명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후 로스쿨에 가서 수업을 듣고는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진술했는바, 이러한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육아보다는 로스쿨 과정을 수학하는 데에 대부분의 일과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2013년부터 꾸준히 휴직자의 복무관리를 강화해 왔고, 또한 원고는 2015년 3월 감사원에서 경찰공무원들이 휴직기간에 로스쿨을 다니는 등의 문제에 관해 감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특히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원고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8회에 걸쳐 피고에게 휴직자 복무상황 신고서를 작성ㆍ제출하면서 ‘휴직자의 복무상황’란에 한 번도 자신이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두 번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가 이미 원고의 로스쿨 재학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육아휴직이 실제로는 로스쿨 재학을 위한 것이라는 점까지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육아휴직의 경우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반드시 휴직을 명해야 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육아휴직 신청에 따라 휴직을 명했다고 원고에게 육아휴직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일축했다.

A씨의 세 번째 징계처분 평등의 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5년 경찰공무원들의 로스쿨 재학 문제가 떠올랐고, 이에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휴직기간 중 로스쿨에 재학한 경찰공무원 32명 중 3명은 견책, 18명은 불문경고, 6명은 직권경고를 받았다.

이후 감사원이 언론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인 2017년 상반기 휴직자의 복무실태를 재점검했고, 경찰청은 그 결과에 따라 원고와 같이 육아휴직 중 로스쿨에 재학한 경찰공무원 9명 중 1명은 정직, 8명은 감봉의 징계처분을 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이전에는 경찰공무원의 휴직 중 로스쿨 재학이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감사 이후 피고가 경찰공무원의 휴직 중 로스쿨 재학이 문제가 됨을 인식하고 2015년 4월 휴직자 복무관리 강화를 지시했음에도 원고는 육아휴직 기간 중에 로스쿨을 재학한 점, 원고 스스로도 첫 번째 육아휴직을 할 무렵인 2015년 7월 31일 ‘휴직 목적에 위배하지 않을 것’, ‘휴직 목적 외 사용의 정도가 과도한 때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 등을 서약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2015년도에 징계를 받은 다른 경찰공무원들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A씨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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