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새마을금고 임원선거 중 ‘호별방문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기간을 새마을금고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 새마을금고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새마을금고법 제22조(임원의 선거운동 제한)는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새마을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회원을 호별(사업장 포함)로 방문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A씨는 이사장 선거권이 있는 새마을금고의 대의원의 집에 방문해 자신이 당선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이사장 선거 유세 기간 중에 회원을 호별로 방문한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호별방문 선거운동 금지기간을 법률이 아닌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부산지방법원도 2018년 7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 새마을금고법에 의해 금지되는 호별방문 선거운동 금지기간이 언제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새마을금고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5월 30일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새마을금고 임원선거 운동을 위해 새마을금고의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호별방문 등을 한 자를 처벌하는 새마을금고법 제85조 제3항 중 제22조 제2항 제5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2018헌가12)을 선고했다.

죄형법정주의 위배 여부에 대해 헌재는 “정관은 법인의 조직과 활동에 관해 단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자치규범으로서, 대내적으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제3자를 구속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과 관련되는 주요사항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그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정관에 구성요건을 위임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을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정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정할 것인지 범위나 기준도 전혀 법률에서 정하고 있지 않고, 선거기간 내로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하지 않은 채, 처벌되는 행위의 범위를 전적으로 정관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예측가능성은 법률 조항만을 보고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수범자인 일반 국민이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예측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위헌으로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0년 7월 29일 결정(2008헌바106), 2016년 11월 24일 결정(2015헌가29)에서 범죄구성요건을 정관에 위임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제50조 제4항,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37조 제2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위와 같은 선례의 취지에 따라, 법률이 범죄구성요건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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