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고의적인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 사건은 단순히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접대, 성폭행 문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검찰관계자들이 등장하므로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 사건으로 볼 수 있고, 검찰 내 스폰서 문화의 실체와 폐해 등 진상을 파악해 이를 단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다수 법조관계자를 비롯한 조직적 유착ㆍ비호세력에 대해 성역 없이 엄정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형사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적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이 조직이해를 넘어 적극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2013년 3월 15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발표 뒤 김학의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에 김학의 차관은 6일 만에 사퇴했다.

이날 검찰과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사건을 수사해 별장 성접대 동영상까지 확보한 경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검찰은 윤중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은 기각했다.

또한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등 1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윤중천만 성폭행 혐의가 아닌 사기 및 경매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서는 “동영상 속 여성을 파악할 수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

2014년 동영상 속 피해주장 여성이 등장해 고소장을 접수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으나, 검찰은 종전 김학의 전 차관을 ‘혐의 없음’ 처분한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고소인 측의 문제제기로 담당검사는 교체됐으나, 이번에는 “동영상 속 여성과 고소인이 동일 인물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을 재차 ‘혐의 없음’ 처분했다.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사건에 의혹이 있다고 봐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는데, 조사를 맡은 조사팀은 피해주장 여성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과 조사 미진 등이 있어 피해주장 여성 측의 요구로 2018년 11월 다른 조사팀(8팀)에 사건이 재배당됐다.

그런데 조사 진행 중 김학의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하다가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불발됐다. 이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해 우선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 이하 수사단)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수사단은 지난 5월 16일 김학의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하고, 5월 22일 윤중천을 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조사단(8팀)은 주요 규명대상 의혹으로 ▲검찰의 이른바 부실수사, 봐주기수사 의혹 ▲검경 부실수사의 원인 ▲원주 별장을 둘러싼 성접대의 진상 ▲김학의 동영상 외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 ▲성접대 동원 여성들 내지 성폭력 피해주장 여성들의 피해 여부를 선정했다.

조사단은 근 6개월 간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당시 수사검사들을 비롯한 32명을 조사하고 김학의 수사기록을 포함한 19건의 사건 기록(3만쪽 상회)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의 부실수사, 봐주기수사 의혹에 대해 “국민적 의혹과 사안의 중대성, 검찰 고위간부의 비위의혹 등을 고려하면 검찰은 경찰의 송치죄명에 국한하지 않고 제기된 의혹을 원점에서 수사해 진상을 규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국한해 수사하고, 여성들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특히 다수의 검찰 고위관계자와 교류, 접대 등을 한 사실이 확인된 윤중천에 대한 개인 비위혐의에 대하여도 소극적이고 부실한 수사를 한 것이 확인됐다”며 “이는 검찰이 제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윤중천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입막음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사례로 판단할 수 있고, 당시 검찰 고위관계자들과 관련해 윤중천과의 유착관계 등 범죄의심 사항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경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검찰과 경찰의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정권의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이를 계기로 검찰과 정치권력의 유착관계를 단절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원주 별장을 둘러싼 성접대의 진상’을 조사해 파헤쳤다.

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본질은 검찰 고위직인 공직자가 그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수사단의 수사로 그 혐의가 드러나고 있으나, 윤중천은 김학의 이외에도 다수의 법조관계자와 어울렸던 정황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과거 검경 수사기록에도 있었던 윤중천 전화번호부, 통화내역, 압수된 명함,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윤중천과 같이 어울렸던 다수 검찰관계자가 확인되나, 검경은 이를 못 본 척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결국 이 사건은 검찰관계자와 건설업자 간의 유착에 기반한 검찰 내 이른바 스폰서 문화의 전형을 노정한 것”이라며 “스폰서 문화는 2009년에 부산지검에서 스폰서 사건이 발생해 특검 수사로까지 이어진 바 있으나, 여전히 검찰 내 고질적인 병폐로 잔존하고 있는 악습으로, 수사단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윤중천과 관련된 비위 의심 법조관계자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드러내고 엄정하게 법적 조치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원주 별장이 김학의 전 차관만을 위한 접대를 위해 이용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고, 조사 결과 윤중천은 광범위하게 검찰 고위간부들을 위시한 다수 법조계 관계자들과 교류ㆍ접대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원주 별장을 드나들면서 윤중천과 교류하며 윤중천과 스폰서 관계를 맺고 윤중천의 뒷배가 되어 준 검찰관계자들이 누구인지, 이들은 어떤 경위로 누구의 소개로 윤중천과 교류하게 된 것인지, 이들이 윤중천으로부터 사교상 의례를 넘어서는 금품이나 성접대를 수수하거나 부정처사로 나아간 것은 아닌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한편 종전 수사기록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윤중천으로부터 접대 받은 의혹이 있는 다수 검찰 관계자들이 객관적인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됨에도,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성폭력 의혹 규명에만 급급해 이들을 조사하지 않았고, 사건 송치를 받은 검찰 또한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기록상 확인되는 증거관계에 비추어 당시 일부 현직 검사들의 경우 적어도 감찰조사는 진행했어야 마땅하고, 박OO(현 변호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변호사법 위반 내지 무고 공모 혐의가 농후해 수사했어야 함에도 봐주기로 일관했음은 물론, 일부 의혹제기 당사자인 고위검사들은 윤중천 관련 사건에서 결재권을 행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하기까지 했다”며 “이는 명백한 수사미진이고 정의와 형평에 반한 검찰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검찰 수사단은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한 윤중천과의 유착 의심정황이 다분한 한OO, 윤OO, 박OO 등 전ㆍ현직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해 엄중히 수사해 그 진상을 밝혀 이를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적발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위시한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구체적으로, 한OO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 당시 윤중천이 이른바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한OO 검사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하자 그 요구사항대로 수사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고, 윤OO은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A의 특수강간 고소사건, 무고사건 등의 최종 결재자였고, 2차 사건 수사 당시 대검 강력부장으로 수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박OO은 변호사 개업 이후 윤중천이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조직에 미칠 부정적 영향,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과의 친소관계 등을 전혀 고려하지 말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 주문했다.

위원회는 “조사단 조사로 2013년도 수사 당시 검찰의 윤중천ㆍ김학의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의 실체가 확인됐고, 경찰 송치죄명에 국한된 부실수사 등 수사팀의 과오도 드러났다”며 “이는 최근 동일한 사건에 대한 재수사 과정에서 종전 ‘혐의 없음’ 처분되었던 김학의ㆍ윤중천이 구속수감된 것만 보더라도 명백한 것이고, 이와 같은 검찰의 과오로 인해 사건 실체가 장기간 은폐되고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그 과오는 중대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외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 윤중천이 촬영한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됐고, 상습공갈 등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은 추가 동영상을 확보하는 등 관련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국민적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의무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네 가지 권고사항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첫 번째로 “대표적인 특권층의 권력형 비리인 이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 관련 수사단’은 위원회가 이미 수사권고한 김학의, 곽상도, 이중희 등의 수뢰, 직권남용 범행은 물론, 원주 별장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과 이권, 고의적인 부실수사 의혹, 다수 법조관계자를 비롯한 조직적 유착ㆍ비호세력에 대해 성역 없이 엄정히 수사함으로써 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좌고우면 하지 않고 엄정히 수사ㆍ기소할 수 있는 실효적 권한을 갖추고 공정성ㆍ중립성이 보장된 제도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적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이 조직이해를 넘어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조사 결과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전·현직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기존 검찰, 경찰이 수사할 경우 사건 실체가 왜곡되거나 축소, 부실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다.

세 번째로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사건처리에 있어 그 적정성을 기하기 위한 결재제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점검 결과를 토대로 검사의 실제 책임에 보다 상응하는 방향으로 전결권의 범위를 조정하되, 사무감사와 감찰 강화 등 방법으로 사후통제도 엄격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성범죄에 대한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특히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동영상 유포 등을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성범죄에 대한 폐해가 날로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이를 별도의 범죄로 하는 구성요건을 추가하거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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