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미용사도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서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래 미용사의 가동연한을 55세로 판단했던 1982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면 가동연한을 10년 늘려 인정한 것이다.

가동연한(稼動年限)은 사람이 일을 해서 소득을 발생할 수 있는 최후 연령을 말한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3일 내려졌는데, 전문직업인 미용사의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이어서 짚어본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미용사인 A(40대 여성)씨는 2013년 4월 의사 B씨로부터 사각턱 절제술, 광대 축소술, 앞턱 절골술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수술 후 12일째 왼쪽 앞턱의 감각 저하를 호소했고, 의사는 PRP시술,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증상 완화치료를 했다.

그러나 A씨는 현재 하안면부위 감각 소실 장애를 보이고 있다. 이에 A씨는 “수술과정에서 의사의 과실로 장애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으로 2124만원을 청구했다. 이는 일실수입 1606만원과 위자료 500만원, 향후 치료비 등을 합한 액수다.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는 최근 미용사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8니10660)에서 미용사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판단해 “피고는 원고에게 82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지난 2월 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다248909)의 취지를 반영한 판결이다. 전원합의체는 가동연한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원고의 장애가 사각턱절제술 등의 통상적인 합병증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는 원고의 안면 해부학적 구조와 하악신경관 등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해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수술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그 구조와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거나 수술 중 신경조직을 견인, 압박한 과실로 장애를 발생하게 했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술상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좌측 하악신경손상이 방사선 사진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점, 손상된 좌측 하순 및 이부의 감각신경은 그 구조와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점, 정상적인 안면윤곽수술에서도 불가피하게 신경이 손상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에게 이 수술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실수입과 관련해 재판부는 A씨가 2001년 12월 국가기술자격증(미용사)을 취득해 현재까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가동연한을 만 65세가 될 때까지로 일실수입을 산정했다.

의사 B씨는 1982년 대법원 판결(81다35)을 들어 “미용사의 자격을 가지고 미장원을 경영하는 자의 가동연한은 만 55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실수입 산정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을 인정할 때에는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조건 등 사회적ㆍ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해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든가, 당해 피해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미용사의 경우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서 최소한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 준해 만 65세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험칙상 원고의 가동연한은 만 65세가 될 때까지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 824만원은 A씨의 소득에 노동능력상실률 3.3%를 곱해 만 65세가 될 때까지 일실수입을 산정했다. 여기에는 위자료 300만원과 치료비도 포함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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