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0월 21일 새벽 2시 40분경 대리운전을 호출해 기사로 하여금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집으로 가도록 하던 중 대리운전기사가 불법유턴을 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내리게 한 후 자신의 아파트 앞 도로까지 약 4km를 직접 운전했다.

이날 새벽 3시 15분경 대리운전기사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들은 A씨의 주거지에 방문했다.

A씨는 “애들이 있으니 밖에 나가 측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물로 입을 헹군 후 1차 음주측정을 했으나 호흡을 이어가지 못해 측정이 되지 않았다. 2차 측정 시에도 A씨가 폐활량 부족으로 호흡을 길게 못하겠다고 해 측정이 되지 않았다. 3차 측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측정거부로 단속서류를 작성했다. 그러자 A씨가 다시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 2~3차례 더 측정을 했으나 A씨는 여전히 불대를 불다가 호흡을 멈추고 들이마시는 등 정상적인 방식으로 측정에 응하지 않았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적발 당시 작성된 수사보고(주취운전자 정황보고)를 토대로 A씨가 2017년 10월 21일 새벽 3시경 대구의 모 아파트 앞길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의 자동차운전면허(1종 보통, 2종 보통)를 2017년 12월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시점이 귀가 후 차량 운전을 이미 종료한 이후로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설령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집까지 찾아와 현행범이 아닌 원고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하거나 측정을 위한 임의동행을 요구한 경찰관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수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법 행정1단독 김수연 판사는 음주측정거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A씨가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수연 판사는 먼저 “도로교통법 규정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는 경우 관할지방경찰청장은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처분청이 취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가 없는 기속행위”라고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이어 “따라서 원고가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면 피고는 반드시 원고의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하는데, 관련 증거들과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으로서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대리운전기사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들은 대리기사를 통해 알게 된 차량번호를 이용해 원고의 주거지를 확인해 방문했고, ‘애들이 있으니 밖에 나가 측정을 하자’는 원고의 제안에 따라 아파트 앞에서 음주측정 요구를 하게 됐다”며 “원고의 요구에 따라 주거지 외의 장소로 이동해 음주측정요구를 한 것을 임의동행이라 할 수 없고, 당시 원고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한 경찰관들의 행위에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봤다.

김수연 판사는 “경찰의 수사보고(주취운전자 정황보고)에 의하면 적발 당시 A씨의 상태에 대해 ‘언행상태 : 말 더듬거림, 보행상태 : 비틀거림, 운전자 혈색 : 약간 붉음’으로 기재돼 있었다”며 “원고는 음주측정을 요구받을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아울러 “음주측정 당시 원고가 정상적인 음주측정이 어려울 정도의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다거나, 당시 사용된 음주측정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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