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판사, 방청객에 ‘주제 넘는 짓’ 인격권침해”…법원장들 불수용 왜?
인권위 “판사, 방청객에 ‘주제 넘는 짓’ 인격권침해”…법원장들 불수용 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5.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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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판사가 법정 방청객에게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해당 판사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시행을 권고했으나,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방법원장과 사건이 발생한 법원인 광주지방법원장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22일 전했다.

인권위 권고는 대학교수인 진정인이 지난 2017년 6월 같은 대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하다가 재판장이 진정인을 일어나게 하더니 탄원서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수차례 “주제 넘는 짓(행동)을 했다” 또는 “주제 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장, 광주지방법원장은 “해당 발언은 판사의 재판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이며 재판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언행이나 재판진행을 했음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고, 법관의 법정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

사건은 이렇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의 모 대학 B총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교비 관련 배임 및 여교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는 A교수(진정인)와 강제추행 피해자인 여교수에게 수차례 중징계 처분을 했다. 그러나, 진정인과 여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모두 징계처분 취소결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교수는 B총장의 재판을 방청하게 됐는데, 재판과정에서 B총장이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B총장으로부터 회유된 교직원들이 사실과 다르게 증언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함에 따라 이를 바로 잡고자 2017년 2월과 5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탄원서로 작성해 B총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와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그 직후 2017년 5월 26일 B총장의 공판기일에 A교수는 방청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장은 방청객들을 향해 “A교수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제3자가 단순히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괜찮으나, 이를 넘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점과 왜 허용될 수 없는지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장은 특히 피해자인 동료교수와 변호사에게 그와 같은 내용을 A교수에게 반드시 전달해 재차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전해들은 A교수는 2017년 5월 30일 재판부에 세 번째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A교수는 앞선 탄원서 제출을 사과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이유를 밝혔으며, 증거자료를 첨부하지는 않았다.

A교수는 2017년 6월 13일 B총장의 형사사건(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했다. 

그런데 재판장은 방청석에 앉아 있던 A교수를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더니 30∼40명의 교직원, 학생, 일반인 등이 있는 자리에서 10여 분간 수차례 반복적으로 “주제 넘는 짓을 했다”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또한 “지금까지 제출한 모든 진정서와 탄원서를 찾아가라”고 했다.

A교수는 재판장의 지적에 따라 제출한 탄원서 등 관련서류를 받환받아 갔고, 이후부터는 재판을 방청하지 않다가 재판이 2017년 9월 5일 종결되자, 2017년 10월 16일 인권위에 이 사건 진정을 제기했다. A교수는 “모멸감에 따른 충격으로 이후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음은 물론 대인기피 증세를 앓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B총장에 대한 재판은 사학비리, 총장과 여교수간의 강제추행 또는 불륜관계 여부에 관한 진실게임 등으로 주목을 끌면서 재판 과정이 언론에 자주 기사화됐다. 또 재판 진행 중 여러 사람들이 20여 차례 탄원서 등을 제출하기도 했는데,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한 A교수 외 다른 탄원인들에 대하여는 별달리 지적한 바가 없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진정인(A교수)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B총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를 상당히 많이 제출했다”며 “진정인의 행위가 피고인의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고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고, 재판장으로서 진정인의 계속적인 탈법적 행위를 제지할 필요가 있어, 2017년 6월 13일 공판기일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진정인을 호명해 잠시 일어서 달라고 한 다음,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를 제출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관해 형사소송법 관련규정 등을 들어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이후 A교수는 자신이 제출한 탄원서와 증거자료들을 모두 반환받아 갔고 재판장의 위와 같은 소송지휘권 행사에 대해 이의하지 않았는데, 2017년 9월 피고인 B총장의 강제추행죄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그 이후부터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은 재판장으로서 진정인의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명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자세히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주제 넘는 짓(행동)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진정인 개인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재판장은 “상당 시간을 할애해 진정인에게 했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지, 지나가는 특정 몇 마디 단어를 두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재판장의 의도는 위와 같은 말들의 전후맥락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재판장이 당시 A교수에게 한 발언>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서류는 원칙적으로 공판기일 등에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거나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고, 그와 같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만이 기록에 첨부되어 그 증거만을 가지고 사실의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서류를 증거로 신청하는 경우 피고인이 다투면서 부동의 하는 경우에는 그 증거서류의 작성자 또는 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여야 하고, 그 증인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증의 벌을 경고 받고 선서한 후 그 증거서류가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거나 그 증거서류에 기재된 바와 같이 자신이 진술한 것이 맞다고 증언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있고 기록에 편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제3자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서류를 제출하여 기록에 편철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기본원칙을 근본적으로 잠탈하는 것이고, 법상 보호되어야 할 피고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인데, 재판부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 교수(진정인) 본인이 OOO 총장의 유죄를 입증하겠다며 증거서류를 계속적으로 제출하는 것은 검사가 하여야 할 일을 본인이 대신하겠다는 것으로서 ‘주제 넘는 짓(또는 행동)’이고 이는 공소유지를 위해 이 법정에 참여하는 있는 검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교수가 제출한 증거서류들은 모두 반환하겠으니 이를 반환받아 간 다음 해당 증거서류들을 검찰에 제출하기 바란다.

그리해서 검사가 검토 후 이를 정식으로 증거로 신청하면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제대로의 절차를 거쳐 증거로 삼겠다.”

한편, 인권위 조사에서 2017년 6월 13일 법정에 여성인권단체 임원으로 방청한 C씨는 “판사가 머리가 하얀 남성 교수를 불러서 일어나게 하고는 10여분이 넘도록 수차례 탄원서 낸 것을 지적하고, ‘주제 넘는 짓을 했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탄원서를 찾아가라고 했다. 현장에서 30년 넘게 인권운동을 하고 법정에 드나들었지만 그날처럼 재판하는 것은 처음 봤다. 저도 탄원서를 많이 제출하는 사람으로서 ‘나도 저렇게 법정에서 창피와 수모와 인격모독을 당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법정에 있었던 대학생도 “판사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참관하고 있는 중에 한 교수를 세우고는 탄원서를 여러 차례 넣은 것에 대해 주제 넘는 짓이라고 반복해 말하며 마치 혼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여태까지 냈던 탄원서를 찾아가라고 했다. 한 사람을 여러 사람 앞에 세워 모욕감을 주고 인격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재판장은 “본인은 재판장으로 진정인에게 형사소송법의 증거절차를 준수하도록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주제 넘는 짓(행동)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진정인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18년 12월 대학교수 A씨가 낸 ‘판사의 모욕적인 발언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사건에서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해 법원에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비록 피진정인이 형사사건 재판장으로서 형사소송법의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이를 위반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진정인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위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진정인의 언행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해 헌법 제10조에서 연유하는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유는 “통상적으로 ‘주제 넘는 짓(행동)을 한다’라는 말은 어른이 나이 어린 사람을 나무 랄 때 사용하는 표현인 점, 피진정인의 나이는 40대 후반인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50대 후반의 진정인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위와 같은 표현한 점, 이로 인해 진정인이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시 법정에 있었던 학생 및 중년의 일반인 참고인들 또한 이러한 피해감정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위 표현이 진정인의 사회적 평판이나 자긍심 등 자존감을 훼손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에 유사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피진정인의 현 소속 지방법원장에게 피진정인에 대해 주의조치 하도록 하고, 사건 발생 당시의 지방법원장에게는 유사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에서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 즉 거부한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5월 22일 “해당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는 진정인의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통상 ‘주제 넘는 짓(행동)을 한다’는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진정인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한 것은 자존감 훼손에 이른다고 보았고,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감정에 공감한 점, 나아가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사회상규 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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