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업주가 사업을 계속하려는 의사가 있더라도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폐업상태라면 도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사실상 폐업상태의 업체에서 퇴직한 A씨가 신청한 도산 등 사실인정에 대해 업체를 도산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은 B노동지청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3년간의 퇴직금 등을 체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체당금’은 회사 도산으로 인해 임금, 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사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 대신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노동지청 처분을 취소한 근거로 ▲A씨가 퇴사한 이후로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없는 점 ▲B노동지청 조사 당시 업체로부터 회수 가능한 재산이 전혀 없었던 점 ▲업체가 임차한 면적이 3.3㎡인 사무실만으로는 통상적인 사무실 공간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거래처 확보 등과 같이 업체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중앙심판위에 따르면 이 업체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투자업 등을 해왔으나, 자금사정이 나빠져 2017년 7월부터 A씨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퇴사한 이후 업체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등 약 20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업체가 가진 재산이 없어 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국가로부터 체당금을 받기 위해 업체의 도산을 인정해달라고 B노동지청에 신청했다.

B노동지청은 업체의 사업자등록이 말소되지 않았고 사업주가 사업 계속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점을 들어 이 업체를 도산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업체가 사실상 폐업상태로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데도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B노동지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허재우 행정심판국장은 “앞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사업주의 사업 계속 의사만으로 도산 등 사실인정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에게 체당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행심위는 지난해부터 신속하고 공정한 사건 해결을 위한 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앙행심위는 사건의 법적ㆍ사실적 상태와 당사자와 이해관계자의 이익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한 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행정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가 도입됐는데, 행정심판 청구인이 경제적 능력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중앙행심위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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