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상가를 빌려 들어온 임차인이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5년 신설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권리금 보호의무에 관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자영업자 A씨는 건물임대인 B씨와 상가를 보증금 7000만원, 차임 월 235만원, 임대기간을 2010년 10월 8일부터 2012년 10월 7일로 정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해당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A씨는 이후 2012년 10월 7일 임대인과 임대료 월 255만원에 계약기간을 2014년 10월 7일까지로 정하는 임대차계약을 갱신했다. 그리고 2014년 10월 다시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임대차계약을 갱신했다. 임대차기간 만료일은 2015년 10월 7일이다.

그러던 중 A씨는 임대차기간 만료 전인 2015년 7월 16일 C씨와 자신이 운영하던 상가(음식점)에 관해서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 4500만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A씨는 임대인 B씨에게 C씨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권리금의 정의 등)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ㆍ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ㆍ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또 ‘권리금 계약’이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그러나 건물임대인 B씨는 노후화된 상가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C씨와 임대차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고 거절했다.

결국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 A씨는 상가임대인 B씨를 상대로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구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다.

즉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항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의 입법취지와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의 신설 취지에 비추어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고,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7다225312)에서 “피고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임대인(B)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서울고법)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라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신규임차인을 주선했으므로,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서는 안 되고,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은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다음, 원고가 2010년 10월 피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회의 갱신을 거쳐 2015년 10월 7일 임대차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있어 C씨와 권리금계약을 체결한 2015년 7월 16일 당시에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고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런 원심 판단에는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정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발생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고, 계약갱신거절에 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10조의4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권리금 관련 조항이 신설된 것은, 종래 규정만으로는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즉,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는 등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대가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해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데 법 개정을 통해 보호하려는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의해 임차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란 결국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경과해 임차인이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전형적이다”라고 봤다.

이어 “신설 조항의 입법과정에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기간 범위로 제한하고자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오히려 상가임차인이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상가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지 못하더라도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러한 경우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인정할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갱신거절사유는, 전형적인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신뢰파괴 사유에 관한 것이거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해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없는 경우, 상가건물의 멸실 등으로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의 재산적 가치가 사라지게 돼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라며 “그러나 상가건물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난 경우를 그와 같이 보기는 어렵다.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2015년 신설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에 관해 판시한 첫 대법원 판결로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쟁점에 관해 상반된 하급심 판결이 다수 있었는데, 향후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의 적용범위에 관해 통일된 법 해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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