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6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ㆍ경(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근거가 부족하며 검찰개혁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먼저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 중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호철)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관한 검찰의 의견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에 둔 개혁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발표하면서다.

민변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각 채이배ㆍ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해당 법안들은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ㆍ수사권의 분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 그간 검찰이 과도하게 독점해온 권한을 분산하고, 인권친화적 형사절차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측면에서 해당 법안들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논의에 대해 그간 검찰이 보인 태도와 오늘 문무일 검찰총장이 밝힌 공식입장은 그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개혁의 취지에 반한다”고 혹평했다.

민변은 “문 총장은 ‘수사권 법안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이는 수사지휘권의 폐지, 경찰에의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장치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는 취지로 파악된다”고 봤다.

이어 “그러나 위 법률안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의 우려는 침소봉대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먼저 법률안은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경우라 하더라도 고소ㆍ고발인 등 이해관계자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의 불기소의견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이의 제기가 없는 경우라도, 모든 수사 자료가 검찰로 송부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검찰은 송부된 자료의 검토를 거친 후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불응하는 경우 담당 사법경찰관의 교체 및 징계를 요구하는 등 여러 통제 장치도 법률안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따라서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에 대한 사후통제에 있어 검찰이 우려하는 정도의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법률안은 경찰 수사에 대한 고소ㆍ고발인 등의 이의제기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어, 수사절차에 있어 국민의 권익 옹호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우리는 검찰이 이번 신속처리안건을 자신의 조직권한에 관한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인권과 시민의 시선에서 성찰하고 대응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물론 이번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률안에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우리는 향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두 법안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보장되는 안건심사 과정을 통해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는 1차적 직접수사의 범위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으로 여전히 매우 폭넓게 규정돼 있다”며 “국회는 향후 법안 논의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원칙에 입각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변은 “이와 관련해 문무일 총장은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포함된 1차적 직접수사 범위 조정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겠다’는 발언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검찰의 조직개편 방안 제시 없는 이와 같은 발언은 공허한 국면전환용 ‘선언’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은 수사권 조정과 큰 관련성이 없는 마약수사, 식품의약 수사 등에 대한 분권화 방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직접수사권 범위 축소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민변은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종결한 사건 기록을 검찰에게 송부할 때 60일 내에 반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사건 검토에 충분한 기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사건 기록의 반환 시한과 관련해서는 추가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민변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통제장치로서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부분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는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결여돼 있다”며 “오늘 문무일 검찰총장의 입장표명에서도 볼 수 있듯, 재정신청 제도 확대는 검찰도 스스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검찰이 종결한 고소, 고발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검찰의 수사종결에도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변은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소정의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 관련 개정 내용이 포함된 점에 주목했다.

민변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다른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검사작성 피신조서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 인해 발생했던 공판중심주의의 형해화를 방지하고,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단행되던 인권침해적 조사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민변은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 부칙은 해당 개정 조항의 시행일을 최대 4년 간 유예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유예 조항은 형사사법절차에서의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개혁 의지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의 개정과 즉시 시행에 대해 향후 국회의 안건 심사 과정에서 어떠한 타협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변은 “그간 논의돼 왔던 경찰개혁 과제들이 국회에서 보다 충분히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며 “국회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강화될 권한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정보경찰 폐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실질적 분리 ▲자치경찰제의 시행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사체계의 확립 등 개혁과제 이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법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변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의 문제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효과적으로 분산해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인권보장과 형사절차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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