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전 판사, 긴급조치 사건 왜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거래’ 대상 됐나?
이탄희 전 판사, 긴급조치 사건 왜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거래’ 대상 됐나?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5.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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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즉 사법농단 사태가 외부로 알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탄희 전 판사가 16일 긴급조치 사건 등이 왜 ‘재판거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간명하게 진단해 긴급조치 피해자들조차 웃음과 공감을 받았다.

법복을 벗고 법원을 나온 이탄희 변호사는 특히 희망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 퇴행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리고 대법관,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을 주목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해서다. 이 토론회는 ‘긴급조치 9호 발동 44주년’을 맞아 변호사 출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긴급조치사람들, 민청학련동지회, 민변 긴급조치변호단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날 민변 긴급조치변호단으로 활동한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가 ‘긴급조치 판결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전화기의 사법정의 수립을 위한 인권법과 국제법적 조치들’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이탄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가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방안의 모습’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긴급조치사건 담당조사관을 역임한 권혜령 법학박사가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방안과 사법불신 청산’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회는 긴급조치사람들 이대수 사무국장이 진행했고, 박주민 의원과 강창일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이날 토론회 후반부에는 긴급조치 등 피해진술이 있었다. 특히 긴급조치 피해자인 송병춘 변호사가 두 번의 옥고를 치르며 4년간 옥살이한 피해사례도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탄희 변호사는 “(법원 판사) 현직에 있다가 나온 지 얼마 안 됐고, 또 사법농단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나 관련된 세부 사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긴급조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저의 시각, 그 다음에 (긴급조치 피해) 구제방안을 찾아야 될 것인데 구제와 관련된 아이디어 이런 것들을 듣고자 섭외한 것으로 저는 이해했고, 그런 차원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재판거래 대상으로 삼은 사건 중 왜 하필 이 사건(긴급조치)이냐. 가장 악랄한 사건이다. 근데 ‘우연’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의 본질은 결국 재판거래 뒤에서 재판에 들어오지 않은 판사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법원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라고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라는 게 하나의 커다란 조직이고, (판사) ‘너희들은 일개 조직원에 불과하다’ 이런 어떤 독특한 자기만의 사상을 사법부 내에 뿌린 퍼트린 것”이라며 “그게 사법부 구성원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서 현실에서 판사들이 체육대회를 하면서 카드섹션까지 하는 이런 지경까지 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판사들이 양 대법원장을 찬양하는 카드섹션을 하는 등 법원 내부의 폐쇄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를 공개했다.

이탄희 변호사
이탄희 변호사

그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부가) 굉장히 바닥을 한 번 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들어) 바닥을 치고 다시 (사법신회 회복을 위해) 올라가는 과정”이라며 “우리가 물건이 아니고 컴퓨터가 아니고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리셋해서 깔 수가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다시 치고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탄희 변호사는 “그 걸리는 시간 동안은 결국 판사들에 따라서 어떤 판사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판결을 하고, 어떤 판사들은 과거의 생각에 여전히 빠져 있어서 예전의 했던 판결들을 다시 반복하는 상황이 한동안 벌어질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양승태 사법농단) 상황이 벌어지는 와중에 긴급조치 사건이 왜 그럼 재판거래 대상이 됐느냐”라고 반문하며 “사법부라고 하는 게 하나의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그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판결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사법부라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긴급조치 같은 사건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권력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대립하는 사건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 게 사법부라는 조직에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물으며 “당연히 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판결을 하는 게 법원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라고 법원을 꼬집었다.

특히 “(거래 상대가) 국회의원일 수 있고, 대통령 비서실 그런 곳에서 우리가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고 법원이라는 조직에도 예산안에 도움을 주고, (반면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법원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만날 (법원에) 와르르 몰려와서 시끄럽게만 하지, 세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과 탄식이 나왔다.

이탄희 변호사는 “그러니까 이런 (긴급조치) 판결은 당연히 (권력과 재판)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해 공감을 얻었다.

그는 “똑같은 맥락에서 과거사와 관련돼서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라든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판결 등 그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 본질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 변호사는 “두 번째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때문에 한동안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부터는 판사를 개별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아예 판사들 이름을 외웠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이어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연예인들 이름 외우듯이 판사들 이름을 외워라. 이 자료집에도 판결들이 있는데 마음에 드는 판결이 있을 때 판사들을 외우고, 이상한 판결이 나왔을 때도 그 판사들을 외우고,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지난 3월) 검찰에서 사법농단 관련돼 비위사실 통보된 66명의 판사 명단, 대법원에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저는 이렇게 (사법부의) 저항이 큰 부분, 어떻게 보면 핵심일 수 있다고 본다. 왜 공개를 하지 않을까 그게 핵심”이라며 “그런 (비위통보) 판사들이 여전히 지금 법원에서 활동하고 있고, 여전이 익명의 뒤에 숨어서 고비 고비마다 중요한 순간에서 이상한 판결들을 만들어 내고, 그 부분을 팩트로 보면 좋겠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판사들을 개별적으로 봐야 된다는 걸 긴급조치 사건과 관련해 말씀드리겠다. 작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오고 7대 2로 의견이 갈렸다. 2명의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워낙 오래 전부터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구축하신 분이고, 안창호 재판관이 있는데, 이 분은 공안검사 출신이고, 새누리당이 추천해서 재판관이 됐다. 그런데 사법농단과 관련해서 소수의견을 냈다. 그래서 ‘긴급조치 대법원 판결 잘못됐다고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 발령행위 등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각하’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ㆍ안창호 재판관은 “위 대법원 판결들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탄희 변호사는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 (안창호 재판관은) 한 번도 그런 입장을 낸 적이 없는데, 그 분이 왜 그런 입장을 냈느냐. 그 당시 헌법재판소에 9명의 재판관 중 (안창호 재판관은) 유일하게 판사 출신이 아니고 검사 출신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법원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법원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 거기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지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의 얘기를 법원 고위법관 출신 헌법재판관들과 공안검사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으로 나눠 보면 이해가 쉽다. 고위법관 출신들은 법원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평소에는 진보와 보수, 공안검사들과 양심 있는 검사들, 판사와 검사 이런 것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지만, 내가 법원의 조직원이라는 관료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있는 판사와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 그것은 공안검사가 될 수도 있고,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쪽에 서게 된다”며 “그런 기준에서 판사들의 이름을 외우면서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판사가 되느냐. 누가 헌법재판관이 되느냐, 누가 대법관이 되느냐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당부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사건 관련해 2014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서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이름을 올렸던 대법관 2명이 아직도 대법원에 남아 있다. 그분들이 내년 2020년 3월과 9월에 한명씩 바뀐다”며 “저는 2020년 3월에 바뀌는 대법관에 대해 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후임)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이라는 조직의 수장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대법관 지명에) 밖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법연수원) 기수나 직위에 따라서 갈 가능성이 높다. 직위에 따라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갈 가능성이 높고, 기수에 따라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고위직을 했던 사람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들이 또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이러게 되면 (대법원 구성에) 사람이 바뀌어도 똑같다. 냉탕온탕 왔다 갔다 한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현실을 바꾸려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에 대한 답도 될 거 같다. 그 부분은 꼭 강조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그 밖에 (긴급조치 관련) 하급심 판결. 2019년 4월에만 해도 벌써 하급심 판결이 희망적인 판결과 아주 퇴행적인 판결이 동시에 나왔다”며 “서울중앙지법 같은 법원인데다가, 재판부도 붙어 있어 (두 재판부 판사들이) 점심 먹으로 가면서 얼굴 마주치는 사이일 수 있는데 이렇게 판결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퇴행적인 판결에 있어 그 내용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다. 그건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판결이기 때문에, 판사들이 이미 확립된 판결을 따라갈 때는 사실은 내용에 신경을 안 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결론에 더 보탬이 될 만한 논리가 있으면 다 끌어다가 판결문에 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판결에 너무 마음 아파할 건 없다”고 애써 위로했다.

그는 “저는 4월 19일 선고된 희망적인 판결에 집중하고 싶다. (판결) 내용에 따르면 결국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고, 그렇게 논리구성을 하면 구체적인 어떤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관여했던 공무원들의 고의과실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복잡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논리다”라면서 “(이 하급심 사건이) 대법원으로 가게 돼 대법원 재판부가 공정하게 재판한다면 4월 19일에 선고된 이 논리가 더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 것이고, 과거에 대법원 판례가 목적 자체가 국민의 저항권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목적 자체가 잘못됐다고 명시가 됐다. 목적이라는 건 고의보다도 더 좁혀진 것이다. 고의 중에서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고의나 목적이 잘못 됐는데, 어떻게 잘못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저는 대법원에서 대법관들이 잘 구성되도록 관심을 가지면 (긴급조치 피해 관련) 대법원 판례를 바꾸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며 “낙관적이다”라고 봤다.

긴급조치 피해구제와 관련해 그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그럼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남는데, 특별법 입법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재심절차를 통하는 방법이 있고, 독립된 구제기구를 통하는 방법이 있는데, 재심절차는 재판 자체를 다시하자는 것이고, 독립된 구제기구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거기서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안을 내 놓고 그걸 수용하는 방식이다. (구제기구는) 어떻게 보면 판결 자체를 무시하고 바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저는 지금 상태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구제기구를 만드는 것이 저항이 덜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재심절차는 어차피 법이 통과되려면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법사위에는 법조인들이 많이 있다. 법조인들은 법적 안정성, 한번 확정된 판결을 바꾸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고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했다.

이 변호사는 “저는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재심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재판을 받을 절차 자체가 오염이 된 것이고, 재판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보다는 독립된 구제기구를 설치해서 거기서 제3의 방안을 만들어서 그것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제시했다.

이탄희(42, 사법연수원 34기)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이던 2017년 2월 승진을 위한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법원행정처에 기획심의관으로 발령을 받은 후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받자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탄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사는 지난 2월에서야 사직 처리돼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청하는 이탄희 변호사(가운데)
경청하는 이탄희 변호사(가운데)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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