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집총과 군사훈련을 거부해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슈팅게임인 ‘서든어택’의 캐릭터가 생성돼 어느 정도 게임에 이용된 사실이 있는 경우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을까?

이번 판결은 내면에 형성된 본인만 알 수 있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A(20대)씨가 2017년 11월 서울 자신의 집에서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취지의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며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박찬우 판사는 최근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박찬우 판사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ㆍ윤리적ㆍ도덕적ㆍ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할 것이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박 판사는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나, 어디까지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찬우 판사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병역거부는 신앙 또는 내심의 가치관, 윤리적 판단에 근거해 형성된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병역거부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박 판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봤다.

A씨는 출생 시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그 신앙에 따라 생활했고, 현재 조부모를 비롯해 가까운 친척들이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 A씨는 2008년 4월부터 ‘여호와의 증인’에 소속돼 전도활동을 하는 등 신도로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여호와의 증인’ 교단의 신도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다는 이유로 전쟁이나 폭력 등에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수행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주된 교리로 채택해 실천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그동안 많은 신도들이 중한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고 있다.

A씨 또한 2017년 11월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성서에서 가르침을 받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양심에 반하지 않는 민간대체복무 제도가 마련되면 이에 임하겠다’는 취지의 통지문을 보냈으며, 실형 선고를 감수하고 병역을 거부했다.

A씨는 자신의 신앙 활동과 관련해 2014년부터 약 4년간 ‘정규 파이오니아’로서 중국어 특기를 살린 외국인 상대 전도를 비롯한 전도 활동을 해 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인 2015년부터는 ‘봉사의 종’으로 임명돼 약 3년간 자신이 속한 교회의 음향시설과 서적 및 전도구역 등 관리 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그 외에도 2014년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에 참석해 외국인 참석자에 대한 가이드 자원봉사를 한 것을 비롯해 매년 개최되는 여호와의 증인 순회 대회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박 판사는 “A씨는 신앙 외적으로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업성취도나 생활태도 등에서 동료 학생들의 귀감이 될 만한 모범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으며, 그 외에 특별히 피고인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인정할 수 있거나 그 주장과 같은 양심을 의심할만한 결정적인 사정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A씨 계정으로 2011년 12월 이른바 슈팅게임인 ‘서든어택’의 캐릭터가 생성돼 어느 정도 게임에 이용된 사실이 있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 문제가 돼 이슈가 됐다.

그러나 박찬우 판사는 “게임 이용 외 피고인 계정을 통한 구체적인 접속내역은 알 수 없고, 위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보관 중인 최근 6개월간의 접속 기록이 없는 점, 위 계정이 생성될 당시 피고인의 나이, 피고인이 침례를 받은 시점, 경험칙상 어느 정도 사소한 일탈 행위에도 불구하고 타협할 수 없는 양심의 영역은 존재한다고 판단되고, 위와 같은 사소한 일탈 행위만으로 그 양심을 부정한다면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완전무결하고 어떠한 흠 없는 자만이 그 양심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부당한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병역거부 당시 피고인의 양심을 의심할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가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현재 제안된 대체복무제를 포함해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될 경우 그 성실한 이행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도 참작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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