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3일 법원서 후견 판결을 받은 정신장애인이 금융기관 이용 시 후견인 ‘동행’ 요구 관행과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ATM 등 비대면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해당 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이에 대한 개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 2월 법원에서 후견이 확정된 정신지체 2급인 A씨의 공공후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B은행은 피한정후견인이 100만원 이상의 금융 거래를 원할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피한정후견인이 후견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금융거래 행위에서 직원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 이외에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ATM 거래 등 비대면 거래 행위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진정인은 A씨가 금융서비스를 이용 할 때 100만원 미만은 창구 거래만 허용하고, 100만원 이상 거래 시 반드시 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차별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은행은 “한정후견인의 동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동행을 요구한 것이고, 이런 조치는 일반적인 예금거래에 비해 주의의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정당한 권리자에게 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확인절차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피한정후견인을 보호하는 것이지 금융기관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은행은 또 “피한정후견인에게 비대면거래(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ATM 거래 등)를 허용할 경우, 피한정후견인의 제한된 권한행사에 후견인 동의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또한 제한능력자의 비대면거래는 무제한적인 거래가 가능하게 되므로 피한정후견인의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성년후견제도의 취지를 손상한다”고 주장했다.

제한능력자는 노령, 질병, 장애 등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상환)는 “피해자(A)의 금융거래에 대해 법원이 30일 이내 100만원 이상 거래 시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결정했다면,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충족됐을 때는 일정요건 이상의 금융거래가 자유로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이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함으로써 피해자의 금융행위를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은행은 정신장애인이 당해 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 100만원 미만의 거래 시에도 직접 와서 대면거래 하도록 하고 인터넷 및 ATM 등 비대면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금융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특히 은행은 국가기관으로서 차별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되므로, 금융사고 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기술적 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해 휴일 등 대면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ATM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다만, 본 진정 사건은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규정에 따라 각하했다.

한편, 인권위는 “본 진정은 타 금융기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금융감독원장은 후견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관련 제도 및 관행을 점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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