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MBC에 2016 및 2017년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로 채용됐다가 근로계약 갱신이 없어 직장을 잃은 전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법원까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아래 내용에서 채권자는 직장을 잃은 아나운서들이며, 채무자는 MBC(문화방송)을 말한다.

2016년 채용 전문계약직 아나운서인 채권자 안주희, 정다희, 정슬기, 엄주원과 채무자(MBC)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2016년 4월 4일부터 2017년 4월 3일까지 1년으로 기재돼 있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2017년 4월 MBC와 계약기간을 1년 갱신해 2018년 4월 3일까지로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2017년 채용 전문계약직 아나운서인 채권자 이선영, 김민호, 박지민, 이휘준과 MBC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2017년 5월 22일부터 2018년 5월 21일까지 1년으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MBC는 2018년 3월 13일 이들 8명의 아나운서들을 포함한 2016년 및 2017년 채용 전문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을 대상으로 한 역량평가를 실시한다고 안내한 후 3월 18일부터 특별채용절차를 진행했다.

MBC는 그해 5월 11일 특별채용 결과 11명의 대상자 중 김OO 1명을 합격자로 발표했고, 나머지 10명의 전문계약직 아나운서와는 근로계약 갱신 없이 만료됐다.

이렇게 직장을 잃게 된 아나운서들은 2018년 6월 28일 근로계약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시청을 했다. 서울노동위원회는 그해 9월 10일 “MBC의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아나운서들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MBC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는 지난 1월 1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로 MBC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MBC 경영진은 지난 3월 7일 중노위의 재심 판정에 불복해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맞서 아나운서들은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를 선임하고 지난 3월 15일 MBC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신청을 접수했다.

아나운서들은 “채무자(MBC)와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채무자가 이를 배제하고 특별채용 절차를 거쳐 채권자(아나운서)들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나운서들은 “그런데도 MBC는 서울지방노동위원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채권자들을 복직시키기 않고 있어, MBC에 대해 채권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정하고 임금 지급을 명하는 가처분을 구한다”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김정운 부장판사)는 13일 직장을 잃은 위 아나운서 8명이 MBC(문화방송)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채권자(아나운서)들이 법원 해고무효확인 사건 판결 선고 시까지 채무자(MBC)에 대해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또 채권자는 채무자들에게 가처분 결정 송달일로부터 복직 시 또는 법원의 해고무효확인 사건 판결 선고 시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매월 월급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이어 “이 사건을 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결과 및 이유에 더해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므로, 채권자들로서는 채무자에 대해 근로자의 지위 보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소명되고,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MBC가 2016~2017년 채권자들을 채용할 당시 공개채용공고에는 ‘평가에 따라 계약 연장 가능’, ‘향후 평가 등 MBC 내부 기준에 따라 고용형태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고, 이들은 MBC 내부에서 2016년, 2017년 사번 신입 아나운서로 불리며 아나운서로서의 상시적ㆍ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MBC는 이들을 과거에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유사한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한 후 실제 방송업무에 투입했으며, 인사관리, 급여 및 복리후생 등도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MBC는 이들을 선발한 2016년~2017년 이전에는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고, 2018년에도 다시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덧붙였다.

MBC의 특별채용 기회 제공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필기 평가 5일 전에야 처음으로 평가 일정을 안내하는 등 특별채용 절차의 개요, 일정, 기준, 합격 예상인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특별채용 절차와 관련해 채권자들과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MBC의 이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므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신청도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며 “이들의 근로기간, 과거 급여, 가족관계, 현재의 경제적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MBC가 이들에게 임시로 임금을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아나운서들의 소송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해고무효확인 본안 판결 시까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하는 취지이나, 가처분 판정은 본안 소송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점, 양측이 본안 판결시에 제출하는 주장이 사실상 전부 오간 점에 비추어 향후 법정 공방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류 변호사는 “이에, MBC가 이번 가처분 판결을 계기로 신입사원에 불과했던 청년들이 회사 밖으로 쫓겨나 겪어야 했던 고통을 어루만지고 진정한 화합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은 “2주간의 권리 이행 기간 동안 별도의 행동은 하지 않고, 문화방송이 스스로 아나운서들을 정식 복직시키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문화방송이 이번에야말로 용단을 내리고 그동안의 어긋남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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