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 정문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에게 법원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공격이라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70대)씨는 2018년 11월 27일 오전 출근시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시너가 들어있는 페트병에 불을 붙여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에 던진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법원 청원경찰과 대법원장 비서관들이 소화기로 빠르게 진화하고, A씨를 제압해 큰 피해는 없었다.

돼지를 키우던 축산농민 A씨는 2007년 축산물친환경인증을 받아 갱신해오던 중, 2013년 8월 친환경농산물 인증불가(부적합)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을 상대로 인증불가 처분이 위법하다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재판 진행 중 증거서류의 변작ㆍ위조를 주장한 A씨는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패소 판결문은 자신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이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행위로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를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기소하며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5월 10일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먼저 A씨의 주장을 살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민사소송 판결들을 보면, 피고인이 소송 과정에서 한 주장에 대해 성실히 검토하고 빠짐없이 그와 같이 판단하는 이유를 기재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여 피고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더욱이,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사람이 타고 있는 차량에 방화하는 행위를 자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라거나, 수단과 방법에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차량 방화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장과 비서관 등이 탑승한 차량에 불을 낸 것”이라며 “현장에 있던 법원 직원들의 신속한 진압으로 소화됐지만,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재판결과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에 대해 위해를 가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재판의 일방 당사자가 자신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사법부 구성원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우리 재판제도와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저지른 것으로서, 범정 역시 중하다. 피고인은 순간 불신의 감정으로 본의 아니게 방화를 하게 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계속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책임을 대법원장을 비롯한 공무원들, 검찰, 법원, 소송대리인 등 타인에게 돌리고 있어 향후 재범의 위험이 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만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대법원장의 비서관이 피고인에 대한 관대한 처분을 구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국가유공자로서 유기농축산인증을 받아 건실하게 축산업을 꾸려가던 중 파산에 이르게 된 점,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을 겪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법원이나 검찰, 행정청 등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믿고 불행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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