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관여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 징계를 청구하면서 마무리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혹평하면서, 국회에 법관 탄핵 절차와 사개특위에서 사법행정개혁을 진척해 달라고 촉구했다.

먼저 지난 9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저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2018년 6월 현직 법관 13명에 대해 징계청구를 한 바 있고, 2019년 3월 검찰의 비위통보 이후 자체적인 인적 조사 과정을 거쳐 오늘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추가 징계청구로써 대법원장 취임 후 1년 반 넘게 진행해 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 및 감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10명의 징계청구대상자 중 기소되지 않은 5명에 대하여는 별도로 재판업무에서의 배제 조치 등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단장 천낙붕 변호사)는 10일 ‘대법원장의 뒤늦고 소극적인 징계청구, 사법농단 사태의 해결로 볼 수 없다’는 논평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은, 법관이 본인에게 부여된 직무상의 헌법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이는 단순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의 문제로만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추락했다. 이를 바로잡을 일차적인 책임도 사법부 스스로에게 있다”며 “따라서 사법부는 국민 누구나 투명함을 인정할 수 있는 조사 절차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조사 결과 사법농단 사태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법관들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추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러나 사법농단 사태 초기부터, 사법부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불충분한 조사와 최소한의 징계만을 한 채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모두 소진했고, 이제 10명의 현직 법관에 대한 추가 징계로 모든 내부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는 과연 사법농단 사태의 중대성을 올곧게 인식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의 징계 청구가 지연되면서, 다수의 사안에 있어 징계시효의 도과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지난 3월 5일자 66명의 법관에 대한 비위 통보 당시 이미 현직 법관 66명 중 32명에 관한 통보내용은 징계시효가 도과된 상태였으므로, 이들에 대한 징계청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민변은 “그러나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은 반드시 검찰의 수사를 거쳐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에 의한 수사가 진행 중인 과정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기소돼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진 2018년 11월 이후에라도 사법부 스스로 필요한 조사를 거쳐 징계청구를 했다면, 상당한 부분에 있어 징계시효의 도과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나아가 백보 양보해 지난 3월 검찰의 비위 통보 이후의 사정만을 국한해 살펴보더라도, 비위 통보 이후 60일 이상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징계 청구가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법관의 언론 보도 대필의혹 등 중대한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징계시효 도과의 문제를 검찰의 비위 통보 시기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법원행정처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10명의 현직 법관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사실만을 밝혔을 뿐, 징계청구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경위, 징계대상자, 징계 사유에 대하여는 함구했다.

민변은 “이번 징계청구에 있어서 징계사유는 단순한 법관 개개인의 사적 비위 내지 일탈이 아니라, 사법부 내의 조직적인 위헌ㆍ위법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공적 사안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 또한 이익형량의 요소가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 징계청구와 관련한 대법원의 태도는 ‘깜깜이 징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번 징계 청구와 관련해서도, 기소되지 않은 5명의 피징계 청구 법관에 대해 직무배제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짚었다.

민변은 “법관징계법상 징계사유는 법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 또는 해태, 법관의 품위 및 위신 손상에 해당하는바, 대법원장의 징계청구는 징계청구권자 스스로 피징계청구법관에게 징계사유 중 하나 이상이 있었다고 인정했음을 의미한다”며 “그런데 징계청구권자인 대법원장은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피징계청구 법관이 계속 재판 업무를 유지하도록 한 것은 국민들의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 회복을 방해하는 근거가 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결국 이번 김명수 대법원장의 징계청구는 대단히 늦었고 소극적이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나아가 이로서 사법부 스스로 더 이상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도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는 핵심 관여자 몇 명이 기소돼 형사책임을 부담하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역사와 절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그 의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국민들은 사법부의 진정한 개혁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민변은 “사법부 스스로의 개혁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를 관철해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국회는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자에 대한 헌법적 추궁을 위해, 이미 수차례 논의됐던 법관 탄핵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돼 온 사법행정개혁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진척시켜 입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