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배드민턴을 함께 치다가 셔틀콕을 강하게 쳐서 상대의 눈을 다치게 한 경우, 스매싱을 한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배드민턴을 할 때 강한 스매싱으로 부상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경기자들이 상대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는 물론 보안경 등을 착용해 자신의 눈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7년 9월 서울의 한 체육관에서 상대 팀이 돼 3 대 3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게 됐다.

경기 도중 A씨 팀의 선수가 친 셔틀콕이 네트를 넘어오자, 네트에 가까이 붙어 있던 B씨는 반대편 네트 너머로 셔틀콕을 쳤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친 셔틀콕이 반대편 네트 가까이 있던 A씨의 오른쪽 눈을 강타해 A씨는 수정체의 탈구, 유리체 출혈, 홍채 해리의 상해를 입게 됐다.

이에 여러 수술을 받은 A씨는 B씨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네트 쪽에 가까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B씨가 네트를 넘어온 셔틀콕을 원고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스매싱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B씨는 사고로 인해 입은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사고와 관련된 행위는 운동경기 참가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지 않으므로, A씨에게 이 사고로 인한 위자료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B씨가 규칙을 어기는 등 경기를 하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B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박광우 부장판사)는 최근 배드민턴을 하다 눈을 다친 A씨가 눈의 다치게 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나58570)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피고(B)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고로 상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되고, 배드민턴 경기는 네트를 경기장 가운데에 두고 하는 경기로서 비록 복식경기라 하더라도 권투, 레슬링, 유도 등의 격투경기나 대결 구조의 운동경기인 축구, 핸드볼, 농구 등에 비해서는 경기자 상호 간의 빈번한 신체접촉이나 충돌이 예상되는 경기라고 볼 수는 없으나, 배드민턴 경기는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여서 경기 과열이나 선수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인해 셔틀콕으로 상대 팀원이나 같은 팀원의 신체를 가격하거나 라켓을 잘못 휘둘러 상대 팀원이나 같은 팀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기”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타인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일반적 주의의무(민법 제750조)를 종합해 보면, 배드민턴 경기에 참여하는 경기자(특히 복식경기자)는 다른 경기자(상대 팀이나 같은 팀)의 동태를 잘 살펴가며 다른 경기자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경기자는 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고가 네트에 가까이 붙어 있었고 원고도 반대편 네트 가까이 서 있었던 사실, 피고가 자신 방향으로 날아온 셔틀콕을 네트 반대편에 있던 원고 방향으로 친 사실은 인정된다”며 “이러한 원고와 피고의 코트 내 위치들을 고려해 볼 때, 피고로서는 원고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피면서 셔틀콕을 침으로써 원고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피고가 안전배려의무에 위반해 발생한 것으로, 이는 주의의무위반의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이 사고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배드민턴 복식경기가 실력에 따라서는 부상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경기여서 보안경 등을 착용해 자신의 눈을 보호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원고도 피고의 공격에 대비해 몸을 돌리는 등 스스로 신체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치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원고의 잘못이 사고의 손해 발생과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이므로, 피고가 배상할 위자료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 참작하고, 여기에 원고의 나이, 사고 경위, 상해 및 후유장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해 피고가 배상할 정신적 손해의 액수를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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