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즉 사법농단이 외부로 알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탄희 전 판사는 9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 10명에 대해서만 추가 징계청구를 하면서 사안을 마무리 선언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이탄희(42, 사법연수원 34기)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이던 2017년 2월 승진을 위한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법원행정처에 기획심의관으로 발령을 받은 후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받자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탄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사는 지난 2월에서야 사직 처리돼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탄희 변호사는 “사법농단 처리의 종지부는 탄핵재판이 되어야 한다. 사안의 본질이 헌법위반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관탄핵은 소추시효가 없으니 다음 21대 국회에서라도 하면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먼저 김명수 대법원장은 5월 9일 “저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2018년 6월 현직 법관 13명에 대해 징계청구를 한 바 있고, 2019년 3월 검찰의 비위통보 이후 자체적인 인적 조사 과정을 거쳐 오늘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외견상 징계 청구된 법관은 23명이다. 그러나 이번에 징계 청구된 10명 중에는 작년 6월 징계 청구된 법관 3명이 포함됐다. 정리하면 20명의 법관만이 징계청구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저는 이번 추가 징계청구로써 대법원장 취임 후 1년 반 넘게 진행해 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 및 감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검찰로부터 사법농단 관여 법관으로 비위통보를 받은 지 65일만이다. 징계가 청구된 법관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10명의 현직 판사다. 법관징계위원회는 추후 회의를 열고 이들의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이탄희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에 “검찰은 66명의 법관에 대해 비위통보를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청구를 하고 나머지 56명은 청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특히 그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번에 현직 법관 10명을 징계 청구한다고 밝혔을 뿐, 징계 대상자들의 명단이나 징계 청구 내용, 징계시효가 도과된 내용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비위통보 대상자 중 32명은 이미 징계시효(3년)이 지나 징계대상에서 배제됐다.

이탄희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징계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 보겠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사법농단 연루 법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었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 관련 내용을 공개)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진다”고 하면서다.

이탄희 변호사는 “(재판을 받는)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다. 국민은 불안하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 혐의가) 이미 일정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대법원에서 징계청구하지 않고)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장 입장문에 3가지 문구가 눈에 띕니다. ‘폐쇄적 문화 개선’ / ‘국민의 눈높이’ /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이라고 언급하면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습니까.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추가 징계청구를 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충실한, 좋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러한 제도개선의 노력을 통해 법원이 신뢰받는 재판을 하고 있다는 국민의 굳건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사법부가 겪고 있는 큰 어려움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변호사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안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다”며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이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된다.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로 이끄는 일이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끝으로 이탄희 변호사는 “걱정입니다”라는 우려의 말을 남겼다.

이탄희 변호사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탄희 변호사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편, 지난 7일 이탄희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법관 탄핵은 소추시효가 없다. 다음 국회에서라도 하면 된다”며 “사법농단 처리의 종지부는 탄핵재판이 되어야 한다. 사안의 본질이 헌법위반이기 때문”이라고 국회에서의 법관 탄핵을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이라며 “그 다음 피해자는, 직업윤리를 배신한 일부 판사들로 인해 도매금으로 명예가 실추된 양심적인 젊은 판사들이다”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 모두는 더 좋은 법원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상기시키면서다.

이탄희 변호사는 “우리의 관심은 법원과 검찰의 ‘조직 싸움’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형사재판은 ‘초점이 안 맞는 영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며 “결론이 유죄든 무죄든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겁니다. 무죄라 해도 잘못이 없는 게 아니고, 유죄라 해도 직무배제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결국은 탄핵재판이 필요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탄희 변호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탄희 변호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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