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2009년 정리해고 이후 10년 동안 지속된 고통의 시간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가의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의 즉각적인 취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변호사회는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법ㆍ부당한 강제진압을 강행해 경찰장비 파손 등을 자초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오히려 위법ㆍ부당한 강제진압에 저항한 피해노동자 등을 상대로 고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정당한지 심히 의문”이라고 하면서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서울변호사회는 “2009년 쌍용자동차(쌍용차)의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경찰력에 의해 강제진압 됐다. 국가는 강제진압 다음날 기민하게 쌍용차 노동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심에서 인정된 연대책임 금액만 현재까지 20억원을 초과한 상태다. 사건은 2016년 상고된 이후 현재까지 대법원에 계속 중”이라고 말했다.

진압 당시 충돌로 인한 경찰장비 피해가 전체 손해배상 인정금액의 95% 이상이다.

그런데 2018년 8월 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당시 경찰장비 파손 등의 발단이 됐던 경찰의 강제진압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위반한 위법한 경찰력 행사이고 경찰력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 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 경찰비례의 원칙에도 반해 적정하지 않으며,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매우 중대하고 결정적인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의 취하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서울변회는 “이처럼 위법ㆍ부당한 강제진압을 강행해 경찰장비 파손 등을 자초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오히려 위법ㆍ부당한 강제진압에 저항한 피해노동자 등을 상대로 고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정당한지 심히 의문”이라며 “정부는 진상조사위 운영규칙과 진상조사위 설립 당시의 권고 수용 약속대로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마땅히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더욱이 집단적 노사관계의 지도이념인 노사자치의 원칙을 존중해야 할 파업 현장에 경찰력 행사를 남발하고 손해배상ㆍ가압류까지 제기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에 대한 봉쇄 내지 위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특히, 국가가 이번 사건처럼 경찰의 강제진압 종료 다음날 곧바로 고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피해 보전의 목적이 아니라 노동3권에 대한 봉쇄 또는 위축을 꾀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편, 쌍용차 문제는 2018년 9월 노사정 합의에 따른 해고자 복직, 노사 간의 민사ㆍ형사상 분쟁에 대한 상호 취하로 일단락돼 가고 있다. 또한 경찰력 행사의 피해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은 국가배상청구를 포기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경찰력 행사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쌍용차 노동자 등에 대해 10년 동안 소송을 지속하면서 또 다시 이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은 매우 가혹하고도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등 30명이 정리해고와 손해배상ㆍ가압류 등으로 인해 정신적ㆍ심리적ㆍ경제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이제 쌍용차 정리해고를 둘러싼 문제로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2년 발족시킨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조사단”의 특별보고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당시 경찰 강제진압의 위법ㆍ부당성과 국가의 쌍용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소송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서울변회는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9년 노동절을 맞이해 2009년 정리해고 이후 10년 동안 지속된 고통의 시간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가의 쌍용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의 즉각적인 취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법무부는 쌍용자동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를 해제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9월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과 가압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촉구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미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 사건, KTX 승무원들의 가지급 임금 사건, 세월호 집회 관련 손해배상소송 등에서 대화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한 선례가 있다”며 “이제 소 취하를 위한 정부의 결단만이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그럼에도 정부가 소송을 계속 유지한다면 최근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가 2명의 전직 경찰청장을 포함해 경찰간부 등 수십 명에 대한 인적조사와 경찰의 방대한 내부자료 등에 대한 물적조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빙성이 높고, (대법원) 상고 이후 새롭게 확인된 매우 결정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를 사실심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증대, 피해자들의 치유, 화해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다시 사실심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대법원에 주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현재 대법원에서 계속 중인 쌍용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소송이 정부의 결단으로 원만하고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온전히 향유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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