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별 맞지 않는 한복 착용한 사람에 고궁 입장료 받는 건 차별
인권위, 성별 맞지 않는 한복 착용한 사람에 고궁 입장료 받는 건 차별
  • 신혜정 기자
  • 승인 2019.05.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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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남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은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을 착용한 사람에게는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별표현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문화재청장에게 향후 성별표현을 이유로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이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궁ㆍ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전통문화의 활성화, 내외국인에 대한 올바른 한복 홍보라는 목적을 위해 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고궁 입장료를 면제하고 있다.

인권 변호사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성별에 맞지 않은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별표현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경복궁 입장료 3000원, 그 외 고궁 입장료 1000원에 불과하다”며 “문화재의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계승발전, 전통문화 보호정책, 한복의 대중화ㆍ세계화라는 공익과 그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하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가 아니며, 전통적인 한복착용 방식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별을 기준으로 한복 착용 방식을 규정한 것이므로 수단 또한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 한복 세계화 및 활용성 증대를 위해 ‘궁ㆍ능원 및 유적관람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개정해 상시 적용되는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 ‘한복을 착용한 사람’을 포함시켰다.

이후 각 관리소별 무료관람 대상 한복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로 민원이 발생하자, 문화재청은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자문내용을 반영해 2015년 4월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각 고궁 관리소에 배포했다.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서 남성은 바지, 여성은 치마를 입는 것을 하의 복장형태로 정했다.

그런데 2016년 11월 문화재청은 고궁 야간특별관람 행사에서 무료관람을 확대 실시한 이후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을 착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기 위해 복식사 전공 교수의 자문을 받아 2017년 1월 가이드라인을 변경해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 권장’이란 항목을 추가했다.

또한 ‘붙임 Q&A’에서 기존의 “여성은 여성한복 착용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한 것에 남성의 경우를 추가해 “남성 또한 남성한복 착용의 경우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된다”고 규정했다.

경복궁관리소
경복궁관리소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상환)는 “문화재청은 고궁 무료관람 대상을 남성은 한보 바지, 여성은 한복 치마를 입은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문화재청이 고궁 관람자들의 모든 성별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외모가 여성처럼 보이면 생물학적 성별과 관계없이 한복 치마를 입은 남성도 입장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반면, 외모가 남성처럼 보이면 여성이 한복 치마를 입더라도 입장료를 면제 받지 못하거나 입장료를 면제 받기 위해 성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집단은 외모와 생물학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으나 이들은 자신의 성별을 주민등록증으로 확인받고 입장료를 면제 받을 수 있으므로, 불리한 대우를 받는 집단은 생물학적 성별과 그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즉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정한 목적으로 왜곡된 한복 착용을 막아 전통에 부합하는 올바른 한복 착용방식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궁에 방문하는 자가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을 착용할 경우 외국인 등 한복의 착용방식을 모르는 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고, 올바른 한복의 형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러한 피해의 발생을 예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중의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것을 전제로 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한 것으로,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 착용의 사례로 인해 올바른 한복 형태의 훼손이라는 피해가 당연히 예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통에 부합하는 한복착용 방식은 문화재청이 교육이나 설명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문화재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착용 방식의 오인은 감소될 수 있을 것이므로 생물학적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고궁 입장료 징수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정책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통은 그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비추어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는 복장을 착용하는 것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일반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데다가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해야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따라서 피진정인(문화재청)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피해자들을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표현을 이유로 피해자들을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규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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