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8일 법무부가 추진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하여금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이른바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운영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구조법 개정안에 대해 지적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먼저 법무부는 지난 3월 29일 ‘법률구조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률안은 ‘법률구조’의 정의에 ‘형사절차상 변호인의 조력’을 추가하고,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하여금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이른바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운영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피의자의 무기대등을 실질적으로 구현해 공정한 형사사법을 실현하고자 오래 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돼 온 제도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민변은 “법률구조법 개정안은 피의자 단계의 법률구조를 확장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피의자의 범위를 일부 확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도운영의 주체, 제도운영의 물적ㆍ시적 범위와 관련해 과거 논의돼 왔던 제도적 한계와 비판을 답습할 뿐만 아니라 그 범위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변 사법위원회(위원장 김지미 변호사)가 법률구조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무부 산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민변은 “현행 법체계상 법무부장관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검찰청의 책임자인 검찰총장을 모두 지휘ㆍ감독한다. 법률안에 의하면 개별 사건의 피의자를 조력해야 하는 변호인과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향후 기소 및 공소유지를 수행해야 할 검찰이 직ㆍ간접적으로 법무부장관의 영향력 범위 안에 있게 돼 상호간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안에 의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형사피해자를 조력하는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와 가해자인 피의자를 조력하는 변호인이 대한법률구조공단 내에서 공존하는 형태를 피할 수 없어, 이 또한 이해상반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짚었다.

이에 민변은 “피의자의 국선변호를 담당하는 제도의 운영 주체는 법무부 또는 법무부의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된 제3의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민변은 “수사과정 전반에 있어 피의자의 인권침해 소지가 가장 높은 시기는 수사 초기 단계임에도 법률안은 수사기관이 대인적 강제처분에 해당하는 ‘체포’에 나아간 이후에야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당해 변호인의 업무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접견 및 피의자 신문 참여’에 국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는 수사초기 피의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강제수사로 나아가기 이전인 임의적 진술 단계와 같은 초동수사의 국면부터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률안에 따르면 피의자국선변호인은 피의자가 기소돼 피고인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지속적인 변호 활동을 담보 받지 못하게 된다”며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관점에서 수사과정에서부터 조력을 받아 온 변호인이 기소된 이후 변호인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변호인에게 새로이 모든 정보를 다시 제공해야 한다. 새로이 선임된 변호인의 입장에서도 수사단계에서 발생한 구체적 쟁점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새로이 사건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피의자 단계에서부터 기소 이후 피고인으로 전환된 이후에까지 동일한 변호인이 계속하여 조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성안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변 사법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법무부가 위와 같은 의견을 참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다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형사공공제도를 도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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