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법조계의 대표적인 병폐인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전관예우 개념의 핵심은 국민들의 ‘인식’과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봤다.

이에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최고위직 퇴직공자들에 대해 변호사개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판사는 “전관예우 현상의 해결을 위해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시니어법관 제도의 도입, 법원의 판결문 공개 등과 같은 정보 공개의 확대 등이 막연히 전관예우를 쫓는 인식이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4월 30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에서 개최한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해서다.

김영기 판사는 “법조에서 법원이 국민들로부터 그리고 법조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 전관예우가 끊임없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다. 오늘 공정하고 올바른 법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뜻 깊은 자리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저는 법조인으로서 그동안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 판사는 먼저 “전관예우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전관예우 개념의 핵심을 “국민들의 ‘인식’과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봤다.

김 판사는 “국민들은 전관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ㆍ검찰사건을 처리할 때 현직에 있는 후배 판사ㆍ검사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실제로 내게 사건이 생겼을 때, 의뢰인이 될 국민들은 법률사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함에 있어 담당 판사나 검사 등과 연고가 있는 변호사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관 선호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주제발표자) 윤동욱 변호사님이 잘 정리해 주셨는데, ‘국민들은 전관예우 때문에 소송이나 수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현관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에 전관변호사 또는 자신과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 이를 무시하기 어려워할 수 있으며, 이들의 사이를 법조브로커들이 파고 들어왔다는 점, 이런 현상의 근절을 위해 현행의 수임제한 규정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에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영기 판사는 “전관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이나 형사절차에 임한 경우 만족할 만한 결론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일정부분 경험적ㆍ통계학적 분석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런 결과는 전관변호사가 자신이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서 갈고닦은 실력의 산물일 수도 있고, 일정 국면에서는 그 변호사가 자기의 연고를 이용한 결과일 수도 있으며, 이론적으로 두 결과의 복합적인 산물일 수 있다”고 전관을 ‘실체’가 아닌 ‘이론’으로 봤다.

김 판사는 “제가 전관예우 현상을 국민의 인식과 선호 경향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국민들이 자기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경향 자체는 쉽게 비난하기 어렵다”며 “결국 전관예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된, ‘전관변호사를 찾으면 좋은 혜택을 받아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그런 인식을 갖게 된 근본적인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 실마리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근본적인 환경을 제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최고위 공직자들의 개업 제한 방안이 전관예우 근절에 효과적이고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공직자가 공직 생황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노하우는 순전히 개인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고, 대법관 등 최고위 공직자의 경우 그들의 지식에 대한 공익성에 나아가서, 최고위 헌법기관에서부터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 갈 필요가 크다는 점 등에서 이분들이 공직을 그만둔 이후에도 일정정도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의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기 판사는 “그렇지만 이분들의 변호사로서 등록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개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는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54~55세에 퇴직하는 대법관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아예 변호사개업을 못해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 (법관) 30년 정도의 공직에 근무한 경우에 연금이 350만원 정도인데 그런 금액으로 생활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 판사는 “전관변호사를 선호하는 현상을 근절하는 효과적인 수단인지에 관해서도 일정시점에 최고위공직자의 개업을 제한하면 국민들이 더 이상 전관을 찾지 않을 것이냐?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며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이 금지된다고 해서 중요한 대법원 상고 사건을 앞에 둔 국민들이 그 이전에 대법관을 그만두고 이미 개업한 전관변호사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 고등법원 출신 변호사를 선호해 이들을 찾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고위공직자라고 하더라도 변호사로서 등록하거나 개업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그분들이 긴 시간 연마를 통해 축적한 양질의 사법서비스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도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짚었다.

김영기 판사는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명예감정을 유지하고,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적으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고도 실효적”이라며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제로서 판사 등의 종신제 또는 충분한 임기의 연장이나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필요한 경제적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하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정원 외 원로법관 제도(시니어판사 제도)’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먼저 대한변협이 작년 4월~5월 회원 138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식 원로법관 제도(법관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비상근 법관)의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56%에 이르렀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만 58세 이상, 법조경력 30년 이상의 후보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원로법관’으로 지명해 1심 법원에 근무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유사한 지위와 대우를 유지해 주는 제도를 시행해 현재까지 12명의 원로법관이 지명됐다.

작년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은 원로법관에 지원해 현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판사는 “이 제도는 현행 법관 인사제도의 틀 속에서 운영되다 보니 원로법관 개인에게도 큰 매력이 없거나 지속가능성 내지 확장가능성이 적고, 개업으로의 유인을 없애 전관예우의 우려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로 크게 기능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촬영하는 참석자들. 좌측부터 이태엽 변협 회원이사, 윤동욱 변호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태완 변호사, 조홍준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최유경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기념촬영하는 참석자들. 좌측부터 이태엽 변협 회원이사, 윤동욱 변호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태완 변호사, 조홍준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최유경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에 원로법관 제도의 개선방안으로 미국연방법원의 예를 참고해 15년 이상 재직한 법관으로서 60세 이상의 법관은 ‘시니어판사’로 지원할 수 있는, 정년은 퇴직 시 개업의 유인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기준으로 70세 내지 최대 75세를 제시했다. 시니어판사의 업무량은 본인의 희망과 역량에 따라 최소 40%에서 100%로 하되, 법원장의 허가를 얻어 정할 수 있다.

김영기 판사는 “국민들이 전관변호사를 선호하고 부당한 이익을 기대하는 현상이 만들어진 데에는 법조를 형성하고 있는 각 직역의 종사자들이 함께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법적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은 사소한 절차적 측면에서라도 상대방 당사자에 비해 다르게 취급받는 경우 자신이 정의롭지 못한 사법 절차의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절차 진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법원에 있는 저부터 작은 용어 사용부터라도 그 분이 전관변호사라는 이유로 다른 변호사와 다르게 대접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당부의 말도 했다.

법원에 대해 김영기 판사는 “전관변호사 선임 여부에 따라 상소 사건 등에서 심리불속행 여부 등 절차적 요건을 보다 느슨하게 혹은 엄격히 판단하지는 않는가? 형사 보석이나 영장발부 등의 판단에 있어 전관변호사나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돼 있다는 이유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법관과 연고가 있는 변호사의 속행 요청이나 변론재개 신청 등을 다른 사건과 달리 숙고하지 않고 수용하는가?”라고 짚었다.

검찰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검찰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나 동향 또는 학교 선후배 변호사가 전화로 구체적 사건에 관해 질문을 하는 경우에 의견 등을 미리 전해주거나, 결론에 있어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하지는 않은가? 전관변호사라는 이유로 소송위임장이 없어도, 집무실 등에서 만나 사건에 관해 진술할 기회를 주는가? 특히 전관변호사나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 결재권자가 통상의 업무 처리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을 내자고 요구했을 때 그 합리성을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고 단순히 그런 결론을 따르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에 대해서도 김영기 판사는 “사건 당사자들의 궁한 처지를 이용해 사건을 전관변호사에게 맡기도록 술책을 꾀하는 브로커 근절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사건에 패소한 이후 비난을 면하기 위해 패소의 책임을 상대방 변호사와 법관이나 검사 사이의 막연한 연고 관계로 책임을 돌리려고만 하지는 않는가? 이런 부분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내 사건이 절박하다고 해서 특정 변호사 담당 판사나 변호사와 연줄이 있다는 소문에 소위 브로커를 찾아가, 변호사가 그러한 연줄을 이용해 부당한 특혜를 받아서라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무슨 수단이라도 써 달라고 요청하지는 않는가?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기 판사는 “전관예우 현상의 해결을 위해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시니어법관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전관변호사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판사는 “법원의 판결문 공개 등과 같은 정보 공개의 확대, 법조윤리협의회와 같은 단체의 지속적이고 강화된 감시, 시민사회와 학계의 전관예우에 대한 실증적 연구와 비판 등이 함께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며 “그러한 때에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막연히 전관예우를 쫓는 인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점차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날 이찬희 변협회장이 참석해 인사말하며 최고위층의 변호사개업 제한에 대해 말했고, 이태엽 변호사(대한변협 회원이사)가 심포지엄 전체 사회를 진행했다. 신면주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좌장을 맡고,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에 대해 찬성측 윤동욱 변호사가, 반대측 조홍준 변호사가 각각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김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부장검사), 김지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장, 김태완 변호사, 최유경 박사(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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