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0일 “퇴직 법관과 검사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액 연봉을 보장받으며, 수임하는 사건에 대한 승소 또는 수사 절차상 (전관예우) 혜택을 보장받는 것이, 과연 헌법에서 천명한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인지 상당히 의문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이날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에서 개최한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해서다.

기념촬영하는 참석자들. 좌측부터 이태엽 변협 회원이사, 윤동욱 변호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태완 변호사, 조홍준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최유경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기념촬영하는 참석자들. 좌측부터 이태엽 변협 회원이사, 윤동욱 변호사, 김영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태완 변호사, 조홍준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최유경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심포지엄 자료집과 현장 발언을 종합해 다룬다

최유경 박사는 “전관예우의 원인과 현상, 근절방안과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는 그 동안 수많은 선행연구가 이루어진바 있지만, 무엇보다 법률전문가 집단 스스로의 성찰에서 비롯된 자정 노력과 근본적인 실천 없이는 해결되기 요원한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온 법조계 전관예우의 문제를 학계나 시민단체 차원을 넘어 법률가집단 스스로 직면하고 근절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박사는 “우리에게는 마치 일상용어처럼 친근한 전관예우라는 단어는 근대사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점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관예우의 사전적 의미는 ‘예전의 관리를 예로써 정중히 대우함’이지만, 한국의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 일을 하는 경우 현직의 판사나 검사가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을 의미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유경 박사는 “전관에 대한 ‘예우’의 문제는 비단 법률가 직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나 행정부 등 모든 공직에 해당하는 문제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전관예우의 문제는,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재판과 절차에 대한 공공연한 거래이자 비교법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 의무 위반행위의 구조적 양산 현상”이라고 봤다.

최 박사는 “법조계 전관예우는 탐욕에 빠진 소수의 퇴직 판검사들의 개인적 일탈행위만으로 치부하기에는 구조적이며, 이익충돌 방지에 관한 법조윤리 의식의 부재 등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민변 김지미 사법위원장과 최유경 박사(우)
민변 김지미 사법위원장과 최유경 박사(우)

최유경 박사는 “현행법상 소위 전관예우에 대한 법적 제제로서 2007년 도입된 전관변호사의 수임사건 처리결과 및 내역 보고 의무화, 2011년 변호사법 제31조 제3항으로 도입된 판사ㆍ검사 출신 변호사의 퇴직 전 1년 간 근무했던 기관사건 수임의 제한 및 2014년 공직자윤리법상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 등을 들 수 있다”면서 “이들 규정이 최고위직 퇴직공직자들에 대한 처분적 법률로 위헌이라거나, 법률적 근거 없이 헌법 제15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이들 규정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사법의 독립성과 사법에의 접근권, 그리고 나아가 사법 정의’라는 월등하게 중요한 공익인 것이 아닌지” 반문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우리와 같은 의미의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최고위직 법관이나 검사 등의 직에 있던 자는 통상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에 취직하지 않는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법관이나 검사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퇴직한 이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으며, 퇴직 후 수임하는 사건에 대한 승소 또는 수사 절차상 혜택을 보장받는 것이 과연 우리 헌법에서 천명한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인지 여부도 상당히 의문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최유경 박사는 오늘날과 같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유독 특정 직군의 정년만을 70~75세로 보장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가능할지 우려를 표했다. 최 박사는 ”이러한 처방은 사실상 법관의 정년은 이미 법으로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의 원인이 법관에 대한 정년 보장이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으며, 이런 해결방식은 또 다른 영역에서의 전관에 대한 예우를 재생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다.

또 “하물며 ‘최고위직 퇴직공직자들이 퇴직 후 70세까지 주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사법정책연구원, 헌법재판연구원, 법원조정센터, 법무연수원, 형사정책연구원 등 각종의 독립성과 독자성이 중요한 연구기관과 소속 기관의 장이나 석좌교수, 상임조정위원, 석좌 연구위원, 원로 조정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유경 박사는 “전관예우의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종종 간과되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이 전관을 어떤 식으로 예우(특혜)한 ‘현관(現官)’의 문제에 있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잠재적 전관(前官)들이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학연과 혈연, 지연 등의 연고를 중심으로 유무형의 공동체의 일원이다”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법치주의 근간 속에서 사법과 그 종사자인 법률전문가 집단이 온정주의적 시혜(施惠)를 통해 사법의 독립성과 책무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베푸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들 현관에 대한 법조윤리 의식의 결함과 부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최유경 박사는 “대한변호사협회는 향후에도 꾸준히 전체 변호사수임 사건 대비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 현황이나 그 효과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노력을 학계와 더불어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그 대상은 최고위직 퇴직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등에 그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전관 변호사에 대한 현황 파악을 객관적 지표에 따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현재의 전관예우 근절과 관련된 몇 가지 제도는 법률전문가 집단의 법조윤리(legal ethics)에 대한 근본적인 재성찰의 계기 속에서 ‘이익충돌 방지’에 관한 철저하고 엄중한 원칙의 확립과 그에 대한 법률가전문가 집단 스스로 사법적 책무를 확립하는 전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이찬희 변협회장이 참석해 최고위층의 변호사개업 제한에 대해 말했다. 이태엽 변호사(대한변협 회원이사)는 심포지엄 전체 사회를 진행했다. 신면주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좌장을 맡고,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에 대해 찬성측 윤동욱 변호사가, 반대측 조홍준 변호사가 각각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김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부장검사), 김지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장, 김태완 변호사, 최유경 박사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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