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부장판사가 전북 군산 유흥주점 방화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판결문에서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의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종신형 도입’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50대)는 2018년 6월 16일 군산시에 있는 모 주점 업주와 외상값 문제 등으로 다투게 되자 화가 나 업소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고, 다음날 준비한 휘발유를 주점 출입문 안쪽으로 흘러들어가게 한 뒤 불을 질렀다.

또한 출입문 손잡이에 알루미늄 봉을 끼우고 비닐봉투로 묶어 고정시키며 주점에 있던 사람들이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불이 주점 내부 전체에 번져 건물 전체에 유독가스와 열기 등이 번져 5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상해를 입는 등 34명의 사상자를 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29일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현존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종신형을 언급했다.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자세히 보면 재판부의 형량 선택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고, 특히 종신형을 언급한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이서, 몇 달 전 판결이지만 짚어본다. 재판장은 이기선 부장판사이고, 배석판사는 이유용, 조유진 판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주점 운영자와 외상값에 관한 다툼이 있었다는 극히 사소한 이유로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던 주점에 미리 준비한 방화 도구와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서, 5명이 사망하고 29명의 피해자가 중상을 입게 되는 등 참혹한 결과를 초래해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방화할 목적으로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다음 대걸레 알루미늄봉을 주점 출입문 손잡이에 걸고 비닐봉투로 묶어 주점 내부의 사람들이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며 “피고인이 행한 일련의 범행 과정과 수법 등에 비추어 보면 결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오히려, 피고인은 이미 주점 내부에 다수의 손님들이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불을 지른 후 피해자들이 대피하는 것까지 저지했는데, 피고인은 다수의 사람들을 살해할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외상값 문제로 업주와 다툼이 있어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외상값은 30만원에 불과한 금액으로, 범행의 동기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 또한 관용을 베풀 수 없는 정도로 현저히 크다”고 짚었다.

또 “당시 갑작스러운 화재 발생으로 주점 내부에 빠른 속도로 화염과 연기가 번져 피해자들은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바,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의 참혹함과 그로 인해 겪게 된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생생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었는바, 이들은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상실감과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 역시 얼굴, 기도, 폐 등 신체 주요 부위에 심각한 정도의 상해를 입었고, 화상 흉터, 호흡 또는 발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 후유증으로 인해 평생 또는 상당한 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재판부는 “이에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족들과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 및 가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극도의 분노감을 느끼고 있고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줄 것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저지른 이후 현재까지 피해자들과 유족들 및 가족들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거나 보상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 동기, 범행의 수단과 방법, 피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더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범죄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반예방적인 필요성 등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것은 일응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이전인 2009년경부터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의 뇌질환으로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고, 피고인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뇌질환 및 장기간에 걸친 음주 등으로 인해 시간 및 장소에 관한 지남력 저하, 인지력, 주의집중력, 전두엽, 실행기능 등이 다소 저하된 상태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정에다 무기징역 역시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을 뿐 사회로부터의 영원한 격리를 내용으로 하는 매우 중한 형벌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을 선고하기보다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극악한 범행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함과 동시에 피고인으로 하여금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다만, 우리나라에서 상당 기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형이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한편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 및 그 구성원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우리 사회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의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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