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변호사 증원을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합격자 수를 늘려달라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실련이 변협에 쓴소리를 내고, 법무부에는 대안을 제시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으로 개편하고, 이익단체의 집단적 이익이 아니라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변호사 증원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이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위원장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먼저 “오는 26일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전에 합격자 기준을 10년 만에 재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22일 변협이 변호사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축소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한편,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우협의회가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대응집회를 여는 등 관련 이익단체들의 정치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단체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왼편은 변협이 집회를 하고, 가운데 경찰 폴리스라인 경계로 우측에 로스쿨 학생들이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왼편은 변협이 집회를 하고, 가운데 경찰 폴리스라인 경계로 우측에 로스쿨 학생들이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 월 2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 모습 

이에 경실련은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에 비추어 ‘고시학원’으로 전락한 로스쿨의 교육시스템 전면 개혁하고,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권 확대라는 대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로스쿨이 2009년 문을 연 지 10년이 됐다. 로스쿨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 법률이론 및 실무 교육을 시행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전국 25개 대학에 도입됐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의 제도적 전환에 찬성했다.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권 확대의 측면에서 로스쿨 도입에 앞장섰는데, 로스쿨 도입을 통해 변호사 수를 확대해 보편적이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의 사법적 권리를 보호에 최우선적이라는 취지였다.

경실련은 “이러한 국민적 염원을 담은 로스쿨제도의 도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로스쿨에서 이루어지는 법학교육이 도입의 취지에 맞게 확립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만을 목표로 삼는 ‘고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봤다.

경실련은 “현재 변호사가 되기 위해 변호사로서의 윤리와 실무를 배워 내실을 쌓기보다는 목전에 앞둔 변호사시험 합격에만 매몰돼 있는 법학교육을 목격하고 있다”며 “또 국민이 체감하는 법률서비스의 문턱도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2014년 기준 3160명으로 독일(494명), 영국(436명), 미국(248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소액심판사건의 변호사 선임(원고) 건수는 2013년 15.4%에서 2017년에 11.6%로 오히려 ‘나 홀로 소송’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로스쿨이 이렇듯 당초의 취지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10년 법무부가 ‘입학정원의 75%’(즉 입학정원 2000명, 변호사 1500명 기준) 합격 기준을 도입한 것이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이 다음 시험에 응시하게 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010년 1회 87.1%에서 2017년 7회 49.4%로 급락했다”고 지목했다.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 점수는 1회 720.5점에서 7회 881.9점으로 크게 높아져, 실력이 있어도 시험 시점에 따라 불합격하게 되는 불합리한 차별까지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러한 상황은 법무부가 정원대비 75% 변호사 배출이라는 기준을 도입할 때 예견된 것”이라며 “2010년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정원대비 75% 합격 기준을 세우게 될 경우, 결국 정원제 선발방식인 사법시험 시스템의 폐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입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이 경고가 현실화돼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함으로써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로스쿨 제도의 개혁적 취지는 사라지고, 변호사 증원 찬성과 반대의 대립상황만 격화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런 현실에서 대한변협은 오히려 변호사 수를 10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합리적 근거나 사회적 명분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법률서비스 문턱이 높은 상태에서 국민에게 ‘직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미래의 법률전문가 준비생인 로스쿨 학생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합격자 수 결정엔 동의할 수 없다”며 “즉 변협의 변호사 축소 주장은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법률서비스 확대라는 로스쿨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법무부는 로스쿨이 과거 사법시험의 폐단을 답습하지 않도록 변호사시험 관련 제도적 개선책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며 “변호사시험을 지금과 같은 선발시험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합격자 수 결정은 기득권이 아닌 법률소비자인 국민을 최우선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또한 변호사 증원에 반대하는 변협은 로스쿨이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수는,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법무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 있다”며 “거듭 강조하건대, 법무부는 이익단체의 집단적 이익이 아니라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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