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우체국과 계약 재택위탁집배원 ‘우정사업본부 근로자’ 맞다
대법원, 우체국과 계약 재택위탁집배원 ‘우정사업본부 근로자’ 맞다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4.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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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체국장과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우편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재택위탁집배원’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근로자라는 취지다.

국가는 우편, 택배, 금융, 쇼핑 등 우정사업을 영업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를 두고 있는데, 산하에 지방우정청과 우체국을 두고 있다.

위탁집배원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가공무원인 집배원이 하던 업무 일부를 민간에 위탁하며 배달 업무를 담당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A씨 등은 국가공무원인 집배원의 일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위탁집배원제도에 따라 우체국장과 우편집배 재택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재택위탁집배원으로 근무했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은 매일 위탁계약에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담당집배원(국가공무원인 집배원 또는 상시위탁집배원)으로부터 배달할 우편물을 건네받아 위타계약에서 정해진 담당구역에서 배달 업무를 처리하고, 배달하지 못한 우편물을 담당집배원에게 반환했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배달 물량 등에 따라 달랐으나, 국가는 일정기간 동안 재택위탁집배원 우편물 인계인수부를 마련해 날짜별 우편물의 양, 수수시간, 반환시간 등을 기재하거나 결제를 받도록 했고, ‘재택집배원 근무상황부’를 통해 출근, 결근, 휴가 등을 관리했으며, 휴대용 단말기(PDA)를 제공해 등기우편물의 배달결과를 실시간으로 입력하도록 했다.

이들은 위탁계약에서 정한 담당 집배구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고, 매일 국가로부터 배달 물량을 할당받았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우정사업본부 소속이 표시된 집배피복, 집배모, 집배화 등을 착용하고 집배가방, PDA 등 집배장비를 사용했으며, 국가가 발급한 신분증을 달아야 했다.

국가는 재택위탁집배원 등에 대한 현지점검과 우편물 송달측정 평가를 시행해 우편물의 배달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고 시정 개선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택위탁집배원은 시간당 일정 금액에 위탁계약에서 정한 근무시간과 실제 근무일수를 곱한 위탁수수료를 매월 말일 받았고,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았으며, 2014년 2월부터는 세대수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수료와 등기우편물 배달수수료 등을 받았다.

더구나 국가는 2013년 4월부터 재택위탁집배원에게 사업소득세를 부과했다.

이렇게 재택위탁집배원으로 근무했던 이들은 “국가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과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국가 산하 우정사업본부의 지휘ㆍ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상고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재택위탁집배원 A씨 등 5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2016다277538)에서 “원고들은 피고 산하 우정사업본부의 지휘ㆍ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위탁계약 등에 따라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 내용과 범위, 처리방식, 매일 처리할 우편물의 종류와 양을 정했다”며 “피고는 우편업무편람, 각종 공문,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인 업무처리 방식을 지시했는데, 이는 우편배달업무 관련 정보를 알리는 정도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는 획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재택위탁집배원에게 정해진 복장을 입고, 관련 법령 등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배달하도록 했으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교육을 시행했다. 또 현지점검 등을 통해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처리 과정이나 결과를 지속적으로 관리ㆍ감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정해진 장소에서 우편배달업무를 처리하도록 했고, 일정기간 근무상황부, 인계인수부 등을 마련해 재택위탁집배원의 근태를 관리했으며, PDA에 입력되는 배달 정보를 통해 재택위탁집배원의 업무처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우편물 배달업무의 중요성과 업무수행에 따르는 책임, 피고가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근무복과 용품을 무상 대여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재택위탁집배원이 제3자로 하여금 배달업무를 대신하게 하거나 다른 일을 겸업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사건 위탁계약서에는 우편물 배달 업무 관련 각종 주의사항과 계약해지사유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근무시간에 비례해 받은 수수료는, 피고를 위해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이 일정 시점부터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수행한 우편배달업무는 피고가 체계적 조직을 갖추어 전 국민에게 제공해온 본연의 업무로, 관련 법령에서 취급자격과 업무처리 방식, 위반 시 민ㆍ형사상 제재에 관해 엄격한 규율을 하고 있다”며 “원고들은 우편배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의 다른 근로자인 상시위탁집배원ㆍ특수위탁집배원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봤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재택위탁집배원의 근로자성에 관해 상반됐던 하급심 판결례들 중 근로자성을 인정한 제1심과 원심의 일치된 판단을 수긍한 사안”이라며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해 계약의 형식이 무엇인지보다는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ㅇ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긍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로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런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신선아 변호사 “특수고용 노동자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받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들 소송대리를 맡았던 신선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재택위탁 근로자의 경우에 출퇴근 시간, 장소의 구속, 지휘명령 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그만큼 위탁개인사업자로 위장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 출퇴근이 없는 것은 업무 특성상 우체국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고안된 방법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졌다”며 “재택위탁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건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선아 변호사는 “앞으로 ‘특정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외근을 하는 형태라고 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서 배제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받는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그리고 모범사용자가 되어야 할 국가가 무려 20년간 개인사업자로 위장하여 노동법을 부당하게 잠탈해 오던 것을 바로잡았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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