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변호사시험 정원제 선발방식 위헌…자격시험화” 법무부에 의견서
민변 “변호사시험 정원제 선발방식 위헌…자격시험화” 법무부에 의견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4.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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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2일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한 시험 기술의 습득’에 매몰되면서 특성화 교육은 물론 공익인권ㆍ실무교육마저 외면 받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고, 변호사시험이 1500명대의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로스쿨 교육의 파행, 변시 낭인의 증가, 법조인의 다양성ㆍ전문성 약화 등 로스쿨 도입을 통해 극복하려 했던 기존 사법시험의 폐단이 재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민변은 현행 변호사시험법 운영 방식의 위헌ㆍ위법성을 짚으면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하는 류하경 변호사

앞서 민변은 2018년 6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로스쿨제도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민변 소속 14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4월 22일 민변은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서’를 담아 법무부와 교육부에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류하경 변호사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류하경 변호사

기자회견 사회는 류하경 변호사가 맡아 진행했고,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이선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가 참여했다.

민변은 의견서에서 먼저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다양한 전공, 경력, 사회적 배경의 사람들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했고, 출신대학이 다양해 졌으며, 법조의 폐쇄적인 기수 문화가 개선되었고, 경제ㆍ사회적 취약계층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류하경 변호사와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류하경 변호사와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민변은 “그러나 현실에서 학생들은 ‘생존’을 위해 로스쿨 입학 전부터 수험(변호사시험)에만 몰두하고, 학교는 수험에 유리한 학생들을 선발하며, 교육 또한 수험 기술의 연마와 도구적인 법률 지식 습득에 집중되면서,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실종되고 로스쿨 도입취지는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또 “로스쿨 제도의 당사자인 학교와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변호사시험의 잘못된 운영으로 로스쿨은 더 이상 ‘교육의 장’이 아닌 ‘생존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고, 변호사시험이 계속 현행과 같이 운영된다면 로스쿨 제도가 목표로 한 ‘교육을 통한 양성’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는 점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은 “로스쿨 제도는 ‘교육을 통한 양성’을 가장 중요한 도입 목적으로 하는데, 현행 로스쿨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면, 특성화 과목의 상당수가 폐강되는 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 실무교육은 변호사시험 기록형 대비를 위한 수업으로 전락한 점, 변호사시험 합격률 하락으로 인해 리걸클리닉 수업 또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또한 시험 준비의 용이성을 기준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점, 특별전형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점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 과목을 일정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로스쿨은 특성화 과목을 수강하지 않아도 졸업에 지장이 없다. 로스쿨 출범 2년만인 2011년 전국 로스쿨에 개설한 특성화 강의 941개 중 178개(약18.9%)가 폐강됐고, 2012~2014년 평균 폐강률이 16%에 이르렀다.

변호사실무 과목의 경우 실제로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서면작성방법과 기타 역량을 훈련하는 수업이 아니라, 변호사시험 기록형 시험을 대비하는 수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및 모의시험에 출제된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이에 대해 강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발언하는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발언하는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민변은 “로스쿨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관점에서 ‘변호사시험 운영’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로스쿨 교육 자체의 개선을 위해 구체적 교육 내용을 평가하고 발전적 의견을 제시하는 별도의 평가 기구를 마련하고 교육의 수준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로스쿨 학사과정과 변호사시험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고, 변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므로, 실무에서 변호사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변호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자질과 능력이 무엇인지 등은 로스쿨 제도 외부의 변호사 등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따라서 변호사 등이 로스쿨제도를 들여다보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듦으로써, 로스쿨 교육과정을 보완ㆍ개선하고, 교육을 통해 습득한 법률지식을 변호사시험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로스쿨의 전문성과 교육수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부 평가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발언하는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발언하는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또 “변호사시험의 경우 로스쿨 제도가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을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3년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을 확인하는 자격시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입안 당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실제로는 ‘1500명 정원제 선발시험’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에 따라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급락, 교육의 파행, ‘변시 낭인’ 문제의 심화, 법조인의 다양성ㆍ전문성 약화 등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무부의 이러한 시험 운영은 변호사시험법 제10조, 법전원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며,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운영될 것을 전제로 입안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의 ‘5년 내 5회 응시 제한 규정’의 위헌성은 점차 명백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한 오현정 변호사(좌)와 이선민 변호사(우)
이날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한 오현정 변호사(좌)와 이선민 변호사(우)

지난 2월 20일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로스쿨 1기)부터 2011년(로스쿨 3기)에 입학한 로스쿨 졸업생 중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응시 금지 대상자(응시금지대상자)는 약 441명으로 추산된다(2018년 12월 기준). 로스쿨 기수별로 1기 150명, 2기 178명, 3기 113명이 응시자격을 잃었다.

민변은 아직 로스쿨 1~3기 중 졸업을 하지 않거나 시험응시자격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향후 위 1~3기 중에도 응시금지대상자의 수는 늘어날 수 있고, 또한 4기 이후부터 급격히 상승하는 초시 불합격자, 재시생 수를 고려할 때 응시금지대상자의 수는 매해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오현정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민변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하락과 합격기준점수의 상승(제1회 720점→제7회 881점)은, 로스쿨 학생들 간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로스쿨 입학 전부터 사교육을 통해 변호사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기까지 하고, 학생들이 재학 및 수험 준비 기간에서 자살하는 비극적 사건 또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은 대부분 30~40대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른 취업 기회를 포기하고 로스쿨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고,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게 되면 수험기간의 장기화와 함께 가계부채의 심화, 실업 기간의 장기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시험에 합격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5년, 5회라는 제한된 기회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원히 변호사가 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취업이 용이한 시기를 놓치면서 취업 및 사회 적응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현행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변시 낭인’ 문제는 결코 ‘사시낭인’ 문제에 비해 가볍다고 할 수 없으며, 로스쿨의 도입 취지 또한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선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선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민변 의견서의 핵심은 현행 변호사시험법 운영 방식의 위헌ㆍ위법성을 짚었다. 현행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 방식은 로스쿨 도입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시험이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로스쿨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고, 종전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선민 변호사
이선민 변호사

‘정원제 선발시험’ 하에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으로 민변은 다음과 같이 8가지로 간추렸다.

①로스쿨 교육이 변호사시험 대비에 치중하게 됨으로써 ‘법학 교육의 실질화’ 취지를 몰각하고 로스쿨을 고시학원화 하는 문제점, ②로스쿨 내에서 전문화‧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점, ③변호사시험 합격률의 학교 간,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문제점, ④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의 정체성과 실질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반 이상의 응시생을 거르기 위한’ 시험으로 변질되고 있는 문제점, ⑤장기간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생이 과다해지는 문제점(이른바 변시 낭인의 증가), ⑥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의미 없는 것이 되기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지망하는 학부 학생들이 전공 교육과 다양한 사회 경험이 아닌 ‘사교육을 통한 수험 법학’에 치중하면서 법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대학교육까지 파행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 ⑦법학교육 이외의 인문교양 및 전공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선발된 법조인이 사회의 다양한 법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 창의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문제점, ⑧변호사시험이 미리 정해진 정원에 맞추어 합격자를 선발하는 데 치중하여 지엽적인 암기식 문제 중심으로 출제되고 있다는 문제점 등이 있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이 현행과 같이 운영되는 이상, 로스쿨 제도는 그 폐단 면에서 ‘고비용 사법시험 제도’나 다름없다”며 “즉, 현행 변호사시험의 운영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에 역행하고,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변호사시험 대비과정으로 둔갑시키고 있으므로, 이는 변호사시험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오민애 변호사와 류하경 변호사
오민애 변호사와 류하경 변호사

민변은 “이러한 변호사시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 취지에 맞고 전문적인 변호사시험 운영을 위한 별도의 논의기구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으며,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곧 ‘인위적으로 정해진 합격자 정원’이 아니라 ‘응시자가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격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 법조인인 변호사시험 관리위원들이 직업인으로서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배제하고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그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법률서비스의 양적ㆍ질적 확대, 법조 특권의 해소 등)을 기준으로 합격자 결정을 해야 하고 법무부장관 또한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해 합격자 결정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은 폐지 또는 응시 금지의 예외 사유(임신, 출산, 질병 등)의 확대를 도모하는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민애 변호사
오민애 변호사

민변은 “현행 변호사시험제도는 사실상 선발제 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이는 매해 되풀이되고 있다”며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는, 변호사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변호사자격을 보유한 다양한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했던 로스쿨 도입취지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자격시험화와 함께 로스쿨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평가와 감시, 의견 개진이 가능한 공식적인 평가기구의 설치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호사시험을 계속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한다면,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예외범위 확장의 필요성을 넘어 응시금지대상자의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는 그간의 제도 운영의 위헌성을 적극 검토하고 응시 제한 규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민변은 제시했다.

민변은 끝으로 “교육부와 법무부가 위와 같은 의견을 참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도를 운영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민변은 “로스쿨 입시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한 방안, 로스쿨 교육과정에서의 등록금 부담 및 교육과정의 실질화 방안, 로스쿨 졸업 이후의 변호사 연수제도 등에 관한 구체적 개혁방안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를 통해서 적정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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