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4기인 오현정 변호사는 22일 “로스쿨조차 고시학원화”, “변시(변호사시험) 낭인” 문제를 우려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했다.

오현정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서’ 법무부ㆍ교육부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해서다.

먼저 민변은 2018년 6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로스쿨제도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민변 소속 14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이번 의견서 작성한 오현정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과 변호사시험의 파행 등 종합적으로 문제점을 짚었다.

오현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오현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로스쿨 제도는 1995년부터 변호사의 전문성과 다양성 강화, 국민의 법률서비스 개선을 위해 논의되기 시작했다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선추진위원회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비로소 도입됐다”며 소개했다.

오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의 배경이 됐던 것은 종전 사법시험을 통한 선발 체제의 폐단과 모순이었다”며 “청년들이 과도하게 사법시험에 몰입해 학부법학 교육은 물론 다른 전공 교육 또한 파행되는 문제, 이 과정에서 사법시험 또한 점점 지엽적인 암기식 시험으로 운영되는 문제, 시험 합격에 매몰돼 사회에 관한 다양한 경험이나 깊이 있는 전공 공부를 하지 못한 채 매몰돼 사회에 관한 다양한 경험이나 깊이 있는 전공 공부를 하지 못한 채 시험 기술만을 연마해 배출된 법조인들이 오히려 사회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 국가가 운영하는 폐쇄적인 사법연수원 시스템 하에서 기수문화와 폐쇄적 법조엘리트 의식이 생긴다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고, 이에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을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근본적으로 변모시키려 한 것이 로스쿨 제도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런 로스쿨제도 도입과정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것이 시민사회다”라면서 “시민사회는 법조인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엘리트로서 존재하는 ‘용’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 양성돼 시민들의 일상 곳곳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그로 인해 법치주의가 확산되는 사회를 꿈꾸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권이 질적ㆍ양적으로 향상되기를 바라며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에 기성 법조계를 비판하고 제도 도입에 동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오현정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는 “그렇다면 로스쿨 도입을 통해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패러다임을 자리 잡았는가 살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로스쿨 교육은 변호사시험 대비에 용이하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 받고 있고, 일선 로스쿨들 또한 입학 사정에서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보다는 ‘뛰어난 시험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교육 성과와 무관하게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을 기준으로 졸업시험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로스쿨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전형 제도에 반영됐던 다양성의 요구 또한 실제로 이들이 변호사시험을 통과해 변호사가 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제도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며 “그리고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은 변호사시험에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로스쿨에 입학하고도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면 3년 공부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이 경쟁적으로 운영될수록 시험 점수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로스쿨은 시험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변호사의 자질을 교육을 통해 기르고, 특성화ㆍ전문화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으나, 시험이 아닌 교육이 주가 됐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제도 도입 초기부터 법무부 또한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운영한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민변은 물론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또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는 요구를 2010년부터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한 오현정 변호사(좌)와 이선민 변호사(우)
이날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한 오현정 변호사(좌)와 이선민 변호사(우)

오현정 변호사는 “그런데 법무부는 2010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과락 현황,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 및 자격시험으로서의 성격, 성적 분포와 평균점수 등을 고려해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는 총점 720점 이상에 해당하는 1451명’을 합격자로 결정한 이래로, 합격자 배출수를 1500명대로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 87.15%에서 제7회 49.35%로 급락했고, 합격기준점수도 제1회 720.46점에서 제7회 881.91점으로 160점이나 상승했다”며 “이것은 제7회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제1회 시험에 응시한 사람보다 객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합격이 어렵다는 것으로, 제도 운영이 지극히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에 따라 변호사시험의 내용 또한 지엽적인 암기능력을 테스트하거나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복잡한 사례풀이 형식으로 출제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시험이 불필요하게 어렵고, 경쟁적으로 변화하면서 특성화ㆍ전문화 과목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제도 운영은 주로 기존 법조인 위주로 구성되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합격자 발표 당일 날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비판했다.

오현정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회의록이나, 관리위원으로 참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변협은 변호사 수를 줄이고자 강력히 주장하고, 교수들은 늘리자고 주장하고, 판사, 검사, 법무부, 교육부 등 나머지 구성원들은 다수 의견에 편승하는 고정에서 법률에 명시된 합격자 결정 기준인 ‘로스쿨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으며, 특히 법률소비자인 시민들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현재 관리위원회는 결국 법조시장에 이미 진출한 사람이 신규 배출 인원을 축소하는, 기득권에 의한 숫자 통제의 장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변호사의 경우 국가가 자격증 제도를 만들고 통제하는 이유는 기존 변호사들의 소득을 보장하거나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익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면에서 이런 제도 운영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과 같은 시험 운영은 법전원법 제2조와 변호사시험법 제10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이고, 그 폐단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계 법령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합격자를 결정함에 있어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야 하고, 시험 운영이 교육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보장하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정 변호사는 “그런데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 방식은 지금까지 1500명대로의 수량 통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과정을 직접 진행한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로스쿨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고,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잘 아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재임 후에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행 합격자 결정 방식은 법학교육의 실질화를 위해 설립된 로스쿨조차 고시학원화 하고 전문화ㆍ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며, 한창 사회에서 활동해야 할 청년들이 장기간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게 되는 이른바 ‘변시(변호사시험) 낭인’ 문제를 심화시키며, 결과적으로 법조인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저해하는 등 종전 사법시험 제도와 동일한 폐단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변호사는 “이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역행하고,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변호사시험 준비로 왜곡시키고 있으며, 로스쿨의 교육이념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변호사시험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그리고 그에 따른 교육의 개선이 최소한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는 류하경 변호사가 맡아 진행했고,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이선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가 참여했다.

한편, 민변은 기자회견 직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서’를 법무부와 교육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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