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상임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 총입학정원제는 해체하고 합리적인 ‘인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파행 변호사시험은 국가가 아니라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주도하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자격시험’제도로 변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회사하는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개회사하는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법전교협)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변호사 출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4월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 개최한 <변호사시험의 종합적 검토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변호사시험을 점검한다’>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서비스공급체계의 정상화와 로스쿨제도-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위한 배경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은 이제 10년이 경과하면서 2018년 4월 현재 총 1만 3097명의 법학전문석사를 배출했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1만 884명을 배출했다.

전통의 법조인 선발방식이었던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이 폐지되고,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해야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한상희 교수는 발제문에서 “로스쿨제도는 총입학정원제-변호사시험합격자정원제라는 입구와 출구 양자에 걸친 이중의 장벽에 포위됨으로써 수많은 한계를 야기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 교수는 “로스쿨제도가 애당초 변호사의 자격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제도로 설계된 만큼 변호사시험에의 합격 여부는 로스쿨제도의 핵심요소를 구성하게 되고, 따라서 변호사시험이 파행적으로 왜곡되는 만큼 로스쿨에서의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 상당한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종래 사법시험의 경우 학부과정에서 수험준비가 이루어지던 것이 이제는 로스쿨이라는 대학원과정에서 수험준비가 이루어지고(초과비용 발생) 이로 인해 학부에서의 전공이 법률서비스로 연계될 수 있는 기회가 소멸(기회비용 증가)하게 됨으로써 법률전문직에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 또한 애당초 로스쿨제도의 도입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원래는 로스쿨(교육) - 변호사(실무)의 연계를 전제로 로스쿨체제를 구상했으나, 변호사시험의 왜곡으로 인해 이것이 작동하는 양상은 로스쿨(시험준비) - ‘준’ 변호사(새로운 교육) - 변호사(실무)라는 추가비용을 필수적으로 소모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한 교수는 “변호사시험제도의 파행성은 로스쿨 내부뿐 아니라 로스쿨로의 진입과정 또한 변형시켜 또 다른 사회적 배제가 발생하게끔 강제한다”며 “즉 왜곡된 변호사시험으로 인해 각각의 로스쿨은 합격률을 높이는 것을 경쟁성 확보의 지표로 삼게 되고, 이 과정에서 로스쿨 입시의 왜곡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로스쿨은 입시생 중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가진 자가 아니라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에 적합한 자를 우선 선발하고, 이 과정에서 로스쿨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개방적 교육기관이 아니라 특정한(학력, 재산, 시간) 사람만이 가는 ‘특권적’ 교육기관으로 변질 고착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희 교수는 “이 모든 문제는 로스쿨제도의 도입과정이 이원화됨으로써 발생한다”며 “원래 로스쿨제도의 도입 당시 기본설계는 <로스쿨 설립 운영 →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 → 변호사 실무에 ‘즉시’ 종사>라는 구성으로 돼 있었으나, 그 이후 변호사시험제도가 별도로 구성되면서 경쟁시험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이 구도가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하나의 돌파구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나 법률서비스시장에 의한 자율적 통제가 아니라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대상으로 전락하면서 향후의 전망을 암울하게 한다”며 “(로스쿨) 총입학정원의 규제라는 전대미문의 통제체제에다 여전히 관료적 엘리트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변호사시험제도, 거기에 한정된 숫자의 법학전문대학원이 향후 구축할 집단이기주의까지 복합된다면 국가-변호사(단체)-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3각의 조합주의가 새로운 권력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종래 사법연수원 입소생의 선발시험으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던 사법시험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시험체계로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평가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에다, 더 나아가 과중한 시험과목과 시험방법은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업수행 자체를 수험대비용으로 변질시킬 가능성을 농후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자격에 대한 현재의 진입장벽은 과감하게 철폐되어야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의 총입학정원 통제나 수험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고 있는 변호사시험제도는 그 자체 법률서비스시장의 정상화라든가 혹은 흔히 말하는 변호사의 질을 확보한다는 목표 등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변호사 인원을 제한하고 법률서비스시장을 통제하는 역할만 주어져 있을 뿐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교수는 “2019년 현재의 우리 법치의 국면은 커다란 전환기에 빠져 있다. 2003년부터 지속됐던 사법개혁의 과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오로지 변호사양성 및 충원시스템만 과거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서 로스쿨-변호사시험의 체제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그 실질은 별로 다르지 않다”며 “과거의 사법연수원이 사라지고 그에 유사한 역할을 하는 로스쿨이 대행하기를 기대하는 수준에서 사법시험은 그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그대로 변호사시험으로 전이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나 변호사단체 등에서는 총입학정원제나 변호사시험법과 같은 형태로 변호사의 수만 절대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면 일단은 안심이라는 식의 사고에 함몰돼 있을지 모르나, 설령 그 시도가 주효하다 하더라도 로스쿨 체제가 우리 법체계에 던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시험이 상대평가 경쟁시험의 방식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 기존 법률가들의 ‘법조인 적정수’라고 하는 허위의식 때문”이라며 “법률서비스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건 변호사의 질적 통제를 위해서건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 어떤 이유와 논거에도 불구하고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완고한 진입장벽이 그 유일한 원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은 그래서 해마다 거듭되는 거짓뉴스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2007년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논의하면서 법무부 혹은 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교육부가 로스쿨 총입학정원제를 실시하고 이를 1500명 수준에 한정하겠다면서 내놓은 근거, 혹은 2012년 변호사시험의 합격자수를 정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내놓은 합격자 1500명의 근거는 2021년 현재로 법조인 1인당 국민의 수를 2006년의 OECD 평균수준(1516명)에 맞추기 위험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변호사의 적정수 개념은 그 자체 허위의식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리저리 가공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수를 통제하고자 하는 발상은 너무도 대국민 기만극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맨앞이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맨앞이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이와 함께 한상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 징계 부분에서도 후진적인 모습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의 빈도도 법치의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못한 체코, 라트비아, 터키, 그리스, 슬로바키아 보다는 빈도가 약간 많아 최하위권은 면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나 민주화의 수준 등을 감안했을 때 우리보다 후진적인 폴란드나 경제적으로 유사한 수준인 포르투갈보다는 낮은 수준에 놓여 있고, 그 외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서는 빈도가 아주 낮은 편에 속한다”며 “변호사들에 대한 사후규제는 거의 손 놓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는 유럽에서의 변호사 징계종류의 분포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견책이 31%, 정직이 11%, 제명이 6%, 벌금이 25%, 기타 27% 등의 비율이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부터 2007년까지 견책 11.4%(48명), 정직 25.4%(107명), 제명 2.4%(10명), 과태료가 54.6%(230명) 등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경우 벌금-견책-정직-제명에 이르는 징계수준에서 견책이 가장 많이 나타나면서 중한 사건의 경우에는 제명도 서슴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장 경미한 과태료 처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제명은 불과 2.4%에 불과해 보다 가벼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우리나라에서의 변호사 제명처분이란 영구축출 혹은 자격박탈이 아니라 자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정기간 동안만 등록을 못하게 하는 일종의 정직처분에 다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 수의 양의 통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전달체계는 사법정의에의 접근권뿐 아니라 국가적인 경쟁력마저 훼손할 지경에 이른다”며 “이 지점에서 기득권의 법률가들이 말하는 적정수의 논쟁은 밑바닥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립 단계에서부터 총입학정원제로 인해 이미 파행적으로 돼 버렸다가 다시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악화일로에 빠져버린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하루바삐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것이 그 방안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 총입학정원제는 해체하고 합리적인 인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변호사시험은 국가가 아니라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주도 하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실질적인 자격시험제도화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이다”라며 “그리고 이런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담아내는 길은 최우선적으로 변호사시험의 질적 변화, 즉 자격시험화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법전교협 공동대표인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진행했으며, 김창록 교수에 이어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미국 뉴욕주 변호사)가 ‘변호사시험에 관한 외국 사례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이성진 법률저널 기자,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이경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법전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과 민만기 부이사장 뒤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
법전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과 민만기 부이사장 뒤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

이날 토론회 자리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부이사장인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고, 법전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도 참석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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