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한상희 상임대표는 16일 판례를 암기해야 좋은 성적을 받아 합격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로스쿨에서의 법교육을 해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2011년 9월 창립된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법전교협)는 이날 국회 의회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변호사 출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공동으로 “변호사시험의 종합적 검토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 변호사시험을 점검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개회사에서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 로스쿨이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법률시장뿐만 아니라 법률가 사회의 문화 자체도 상당히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는 만큼 세상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만큼 법을 운영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틀 자체도 바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사말하는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개회사하는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한 상임대표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스쿨 제도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한 점, 부족한 점, 경우에 따라서는 사시(사법시험) 존치론이 단적으로 보여줬듯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며 “그 회의론의 가장 밑바닥에 또 회의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변호사시험제도의 파행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로스쿨교수협의회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그동안 나름으로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로스쿨 교육 체제의 아웃풋(output)으로 나오는 변호사, 법률가들의 어떤 사회의 기여성, 공공성,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상희 상임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변호사시험제도”라고 지목하며 “로스쿨이 지향했던 사회의 의사 역할을 하는 법률가, 이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 사회의 나아가야 될 공유가치를 선언해야 될 법률가들을 양성하는데 로스쿨이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던 변호사시험제도의 문제점들, 우리의 목소리가 크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상임대표는 “사실 그동안 법률시장은 많이 바뀌었다. 판사와 검사가 중심이 됐던 법률체계가 이제는 변호사가 중심이 되고, 법률가가 중심이 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와 기업인들이 중심이 되는 그런 법체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맨앞이 한상희 공동대표
맨앞이 한상희 공동대표

그는 “실제 미국의 사례에서는 1870년을 전후해서 판사가 무엇을 말했는가를 암기하던 그런 법률가 양성체계에서, 판사처럼 생각할 수 있는 창의적으로 사건의 법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런 법률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대변혁이 있었다”며 “그게 지금 우리 사회가 채용하고 있는 로스쿨 제도다. 더 나아가서 요즘에 와서는 판사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처럼 생각하고, 변호사처럼 행동하는 그런 법률가를 양성해야 된다는 그런 과제가 로스쿨에 주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희 상임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서) 이미 200년 전에 폐기됐던 법관이 이야기했던 것을 암기하고, 판사가 이야기했던 것을 재생산하는 그런 수준에서 로스쿨 수준이 멈추기를 이 변호사시험은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변호사시험(변시)이 법원 판례 위주로 출제되다보니, 수험생들은 1만개 이상의 판례를 암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한 상임대표는 “(변호사시험이) 상대평가에 입각한 경쟁체제는 어쩔 수 없이 기존의 판례를 암기하게 만들고, 그 암기한 판례를 단순 재생산하는 그 수준에서 법률가의 역할을 한정지어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때문에 변호사시험 제도는 로스쿨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로스쿨에서의 법교육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법률가들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그 몫마저도 빼앗아가는 그런 기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한상희 법전교협 상임대표

한상희 상임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법전원교수협의회에서 앞으로 4번의 기획 하에 첫 번째 순서다. 로스쿨 교육에서 앞으로 변호사시험제도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제대로 된 법률가를 양성하는 그런 초석이 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법률가가 우리사회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총괄해서 짚어 나가는 그런 일련의 사업들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상임대표는 “오늘은 그 첫 단계로 변호사시험제도가 어떤 식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왜 문제인지 등을 짚어 나가는 총론의 장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 오셔서 같이 고민해주시고, 우리 법률가사회 그리고 우리의 로스쿨 교육, 더 나아가 우리의 법체계를 같이 고민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김명기 사무국장(좌)과 민만기 부이사장(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좌)과 민만기 부이사장(우)

이날 토론회 자리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부이사장인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고, 법전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도 참석했다.

그런데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민만기 부이사장과 김명기 사무국장 뒤에서 “기득권만 보호하는 신규 변호사 수 통제, 당장 중단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법전원협의회 사무국장과 민만기 부이사장 뒤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
법전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과 민만기 부이사장 뒤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

토론회 사회는 법전교협 공동대표인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진행했으며, 법전교협 공동대표인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로스쿨 10년 : 수(數) 통제의 흑역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미국 뉴욕주 변호사)가 ‘변호사시험에 관한 외국 사례 연구’를 주제로, 법전교협 상임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이성진 법률저널 기자,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이경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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