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유사군복을 판매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중 판매목적 소지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2018헌가14)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유사군복 판매목적 소지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3인(서기석, 이석태,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유사군복을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형사재판 중, A씨가 “유사군복의 개념이 모호하고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유사군복을 판매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했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은 유사군복을 판매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유사군복은 ‘군복과 형태ㆍ색상 및 구조 등이 유사하여 외관상으로는 식별이 극히 곤란한 물품으로서 국방부령이 정하는 것”이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가 군인 아닌 자의 군 작전 방해 등으로 인한 국방력 약화 방지에 있음을 고려할 때, 유사군복이란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군인이 착용하는 군복이라고 오인할 정도로 형태ㆍ색상ㆍ구조 등이 극히 비슷한 물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밀리터리 룩은 대부분 군복의 상징만 차용했을 뿐, 형태나 색상 및 구조가 진정한 군복과는 다르거나 유사성이 식별하기 극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상 판매목적 소지가 금지되는 ‘유사군복’에 어떠한 물품이 해당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고, 유사군복을 정의한 조항에서 법 집행자에게 판단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 제시되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될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군인 아닌 자가 유사군복을 입고 군인임을 사칭해 군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하는 등 군에 대한 신뢰 저하 문제로 이어져 향후 발생할 국가안전보장상의 부작용을 상정해볼 때, 단지 유사군복의 착용을 금지하는 것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고, 유사군복을 판매 목적으로 소지하는 것까지 금지해 유사군복이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사전적 규제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사군복의 범위는 진정한 군복과 외관상 식별이 곤란할 정도에 해당하는 물품으로 엄격하게 좁혀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판매목적 소지가 금지되는 유사군복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거나 이에 관한 규제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유사군복이 모방하고 있는 대상인 전투복은 군인의 전투용도로 세심하게 고안돼 제작된 특수한 물품”이라며 “이를 판매 목적으로 소지하지 못해 입는 개인의 직업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 정도는, 국가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합헌으로 판정했다.

◆ 서기석, 이석태, 이영진 재판관 “행동의 자유 침해, 위헌” 소수의견

반면 서기석, 이석태, 이영진 재판관은 위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유사군복의 판매목적 소지 행위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방력을 약화시키거나 군 작전에 방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사군복을 구매해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개인의 자유에 달린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국가안전보장에 끼칠 영향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의도가 전혀 없고 단지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유사군복 단순 판매목적 소지마저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자들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미국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캐나다 등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유사군복의 착용행위만 처벌할 뿐, 판매나 판매 목적 소지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타인에게 어떠한 직접적 행동이나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누가 어떠한 의복을 입는가는 개인의 개성이자 자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일반화되는 등 국민의 인식이 변화해, 심판대상조항의 규제는 더 이상 신설 당시의 존재이유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유사군복을 구매해 착용하는 자들에 대한 규제도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마당에 유사군복의 판매목적 소지까지 금지ㆍ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또 “유사군복의 판매목적 소지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간첩죄나 공무원 자격사칭죄 등 형사처벌 조항들을 통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유사군복을 판매 목적으로 소지해 직업을 영위하는 자의 직업의 자유 내지 일회적ㆍ단발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유사군복을 소지하는 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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