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종업원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는 경우 그를 고용한 법인도 형사처벌 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양벌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 제조업체 A회사 임직원들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그 과정에 개입했다는 범죄사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A회사 역시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됐다.

A사는 지난 2017년 9월 재판을 받던 도중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양벌규정이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심리를 맡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이 이를 받아들여 “법인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부동노동행위를 해 처벌되는 때에는 법인도 벌금형을 가하도록 한 노동조합법 제94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노동조합법 제94조(양벌규정)는 법인의 대리인ㆍ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노동조합법 제90조가 정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한 결과, 법인은 선임ㆍ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헌재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해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7월 30일 결정(2008헌가14) 면책사유를 정하지 아니한 법인의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이래, 면책사유를 정하지 아니한 양벌규정에 대해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종업원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는 경우라도 그를 고용한 법인에게 아무런 면책사유 없이 형사처벌 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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