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면서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고,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했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그러나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재판관 3명(단순위헌), 재판관 2명(합헌) 의견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위 조항들에 개선입법을 이행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은 임신 초기의 낙태마저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이지,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향후 입법부에게 맡겨진 것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이와 관련,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낙태한 여성 등을 처벌하는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임을 인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그동안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를 바꾸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헌법에 반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최영애 위원장은 “우리나라 형법은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로 인해 여성이 불가피한 사유로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으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3월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원인이므로 모든 낙태를 비범죄화 할 것,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 낙태한 여성에게 양질의 의료접근권 제공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고, 유엔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권리위원회 역시 2017년 낙태를 겪은 여성을 비범죄자화 해, 여성의 성 및 재생산 건강과 존엄성 보호의 권리를 보장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최 위원장은 “국제적으로 낙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상충하는 것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 지 오래고, 오히려 낙태를 국가가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게 안전한 낙태의 조건을 요구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이번 결정이 재생산권의 보장, 안전한 낙태를 위한 보건의료 제도의 확충, 태어난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양육 환경 조성 등 사회 전반의 인권 수준 향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또한 인권위는 이후 낙태와 관련한 국회 입법 과정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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