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낙태죄의 위헌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하며, 국회와 행정부의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헌법재판소는 4월 11일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재판관 3명(단순위헌), 재판관 2명(합헌) 의견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위 조항들에 개선입법을 이행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은 임신 초기의 낙태마저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이지,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향후 입법부에게 맡겨진 것이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호철)은 논평을 통해 “단순위헌을 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부의 추가조치가 필요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대상 조항이 합헌이라는 내용의 종전 선례를 변경해, 낙태죄의 여성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변은 “이번 결정으로 대한민국 여성은 합법적으로 안전한 임신중단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여성들은 그들의 삶을 옥죄던 잔혹하고 굴욕적인 족쇄 하나를 벗어던졌다”고 환영했다.

민변은 “그동안 대한민국 여성은 낙태죄에 의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침해당해 왔다. 그동안 임신한 여성은 형벌 또는 출산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낙태죄는 임신중단 수술과 약물에 의한 시술을 불법화하여 여성이 덜 위험한 시기에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적정한 비용으로 안전한 낙태에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청소년, 장애인, 산부인과가 드문 지방거주자, 의학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빈곤층, 저학력자를 더욱 큰 어려움에 빠뜨렸다”며 “낙태죄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고, 여성이 출산 시기를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교육이나 노동 등 사회ㆍ경제적 제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낙태죄는 산아제한과 출산장려 등 국가 정책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되었고, 여성에 대한 협박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짚었다.

민변은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여성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일거에 해소하는 동시에 여성의 태아와 자신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존중하는 최초의 결정을 했다”며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다른 국가기관을 기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행정부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전체적인 취지를 적극 고려해 이에 부합하는 후속 조치들을 해야 한다”며 “▲법령의 개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평등권 등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자보건법은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법률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기본법 형식의 이 법은 재생산과 관련된 모든 권리와 임신과 출산, 임신중단에 대한 정확하고 다양한 최신의 정보제공과 교육이 중심이 되는 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들

민변은 “이제는 소모적인 찬반 대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새로운 세상을 논의할 시간이다. 태아의 생명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임신한 여성이다. 그런 임신한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 이 선택을 태아의 생명과 충돌하는 가치로만 보는 대결구도를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며 “진정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리보장적 법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심판대상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인정한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나아가 국회와 행정부가 심판대상조항과 관련 법규를 이번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게 조속히 개정ㆍ적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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