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도덕성과 관련해서는 정말 야당 의원들이 (검증) 할 게 없을 거 같다”며 “여태까지 청문회를 했던 후보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특히 4억원이 안 되는 재산을 가진 문형배 후보자가 “국민 평균재산을 조금 넘어선 거 같아서 반성하고 있다”고 밝히자, “청문회를 하는 저희들이 죄송한 느낌”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국회 방송화면
국회 방송화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다.

백혜련 의원은 “도덕성과 관련해서는 정말 야당 의원들이 (검증) 할 게 없을 거 같다. 여태까지 청문회를 했던 후보 중에서 가장 훌륭하지 않은가 그렇게 보인다. 사실 그렇잖아요”라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웃었고, 청문회장의 동료 의원들도 함께 웃었다.

백 의원은 “헌법재판관들 기본 평균재산이 20억쯤 되는 것 같다. 지금 후보자 재산을 보니까 6억 7545만원으로 신고했다. 만약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가장 적은 재산을 가진 헌법재판관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27년 동안 법관생활을 했는데, 너무 가소한 게 아닌가.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라고 물었다.

문형배 후보자는 “제가 결혼할 때에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통계를 봤는데 (국민) 평균 재산이 가구당 3억 남짓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제 재산은 4억 조금 못 되는데...”라고 대답했다.

이에 백 의원은 “신고한 재산이 6억...”이라고 묻자, 문 후보자는 “그건 아버지 재산을 합한 것이고, 제 재산은 4억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직계존속까지 포함한 재산”이라고 확인하자, 문 후보자는 “평균재산을 조금 넘어선 거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청문회장에서 웃음이 나왔고, 백혜련 의원은 “청문회를 하는 저희들이 죄송한 느낌이다”라고 멋적어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또한 백혜련 의원은 “후보자가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자가 40만명이 넘는다. 굉장히 인기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문형배 후보자는 “제가 소송(재판)을 했는데, 어떤 분이 ‘자식이 죽었는데, 자식이 남긴 빚까지 떠안아야 하느냐’고 하소연을 했다. 그 이유가 뭐냐면, 빚을 남기고 죽어도 상속 포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분은 상속 포기를 모른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이 (재판에서) 졌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아무리 판사가 잘하더라도 법을 국민이 모르면 이런 불합리한 경우를 피할 수 없겠다. 그래서 (국민 실생활에 필요한 법률 관련 글을 블로그에) 몇 번 썼는데, 사람들이 자꾸 (많은 글을 올려달라고) 부추겨서 조금 더 썼다”고 대답했다.

백 의원은 “실제로 그러면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통해서 도움을 얻었느냐”라고 묻자, 문 후보자는 “하나그룹에서는 사내 게시판에 게재하겠다고 연락이 온 적도 있고,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럼 헌법재판관이 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만약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중단할 생각이다. 블로그 그대로 놔둘 생각이다”고 했다.

백 의원이 “그것이 어떤 정치적으로 문제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냐”라고 묻자, 문 후보자는 “우선은 헌법공부에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의원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의원

백혜련 의원은 “박지원 의원도 ‘판사는 기본적으로 우파지 좌파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일부 동의한다. 제가 이해하는 의미는 법률이라는 것은 사회생활보다는 항상 뒤쳐져서 가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 법률을 다루는 판사들은 실제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의미를 이해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그런 뜻이다”라고 대답했다.

백 의원은 “그런데 판사일 때는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헌법재판관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판사는 어떻게 보면 사법 소극주의에 기초한 직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반해서, 헌법재판관은 사법 적극적주의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가장 첨예한 부분 그리고 사회적 약자,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사법 적극적인 입장으로 판단하고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짚었다.

이에 문형배 후보자는 “보수ㆍ진보를 떠나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이 뭔가 그것만 보겠다”고 밝혔다.

백혜련 의원은 “저는 헌법과 법률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헌법재판관은 너무 소극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수가 요구하더라도 반대할 수 있고, 그것이 소수의견일지라도 사회를 선도하는 입장에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측면도 있어야 된다”고 헌법재판관의 소신을 주문했다.

이에 문형배 후보자는 “만약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동료 재판관들의 토론에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답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형배 후보자는 지금까지 거친 인사청문회 후보자들과는 다르게 인사말 모두발언에서 준비한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인사말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국회의원은 “(원고를 보지 않고) 인사말씀을 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상당부분을 외워서 하신 것 같은데, 본인이 직접 쓰신 것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제가 쓰고 조금 의견조회를 거쳤다”고 말했다.

신기한 듯 백 의원은 “일부러 암기한 것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저는 원래 암기해서 말씀드리는데, 오늘은 긴장이 돼 (일부) 보고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백혜련 의원은 “여태까지 몇 번의 청문회를 했지만, 이렇게 암기해서 인사말을 하는 후보자는 처음 본다. 그만큼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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