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의 길을 걸어온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길을 찾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원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때 문형배 후보자가 부장판사로 재직했었다는 장윤기 전 법원행정처장은 “문형배 판사는 훌륭한 분이다. 헌법재판관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검증해 주는 등 법조인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후보자는 1966년 출생으로 진주 대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4학년 때인 1986년 11월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992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부산고등법원 판사,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진주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9년 2월부터 재판부에 복귀해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법관이다.

그런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형배 후보자는 지금까지 거친 인사청문회 후보자들과는 다르게 인사말 모두발언에서 준비한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인사말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의원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의원

이에 인사청문위원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원고를 보지 않고) 인사말씀을 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상당부분을 외워서 하신 것 같은데, 본인이 직접 쓰신 것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제가 쓰고 조금 의견조회를 거쳤다”고 말했다.

신기한 듯 백 의원은 “일부러 암기한 것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저는 원래 암기해서 말씀드리는데, 오늘은 긴장이 돼 (일부) 보고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백혜련 의원은 “여태까지 몇 번의 청문회를 했지만, 이렇게 암기해서 인사말을 하는 후보자는 처음 본다. 그만큼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문형배 후보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 장학금을 줘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게 해준 김장하 선생을 설명하면서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하신 (김장하) 선생의 말씀을 저는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밝혔다.

문 후보자는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길을 찾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며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제가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더라도 지금까지 간직해 온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판사 생활을 부산ㆍ경남지역에서만 한 대표적인 지역법관인 문형배 후보자는 “대한민국에서 지역불균형 해소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문제”라고 진단하며 “헌법의 의지가 법전의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제가 만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생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살아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헌법에서 선언한 지방분권의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루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형배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에 대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며 “우선 진위 여부를 떠나 그와 같은 우려를 낳은 것 자체가 저의 불찰이므로,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언행에 더욱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구저기(反求諸己)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후보자는 “다만, 저는 스스로 나태와 독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부산판례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등의 학술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을 뿐, 결코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다”며 “세미나에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두루 경청하고 제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제 판단에 더 깊이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형배 후보자는 “또한, 저는 법관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였다’고 그렇게 감히 자부한다”며 “오로지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법리를 도출한 다음 당해 사건에 적용했을 뿐, 그 외의 어느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법관생활을 자평했다.

문 후보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법재판관) 임명권자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는 점은 이 자리를 빌려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후보자는 “헌법이 대한민국의 ‘집’이라면, 헌법재판관은 그 집의 ‘문지기’와도 같다”며 “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동료 재판관들의 깊이 있는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또 “외부의 다양한 시각에도 열린 자세로 대하겠다. 부단한 소통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제 견해에 그 어떠한 편견이나 독선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늘 경계하고 정진하겠다”며 “그리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데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 법조인들 “문형배 판사는 훌륭한 분, 헌법재판관 자격 충분”

창원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때 문형배 후보자가 같은 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했었다는 장윤기 전 법원행정처장도 페이스북에 “문형배 판사는 훌륭한 분이지요. 헌법재판관 자격이 충분합니다”라고 검증해 줬다.

이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훌륭한 분이라 많이 기대가 됩니다”라고, 김관기 변호사도 “훌륭한 분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특히 이인재 변호사는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두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명문의 글입니다. 헌법재판관으로 소임을 다하리라 기대됩니다”라고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도 페이스북에 “문형배 헌법재판관 공직후보자 국회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문 후보자의 판결 성향이 어떻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어떻다 말하는 건 정말 유치한 정치 진영 논리다”라고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이창수 대표는 “문 후보자는 자기 절제와 균형감각 실력과 국민에 대한 관이 모두 기본 이상을 갖추었다”며 “이런 법률가가 법원에서 살아남기까지 얼마나 고민과 노력이 많았을지는 불문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 청문회가 괜한 정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 후보자의 삶의 태도 정말 좋다. 그의 블로그를 보라!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온 걸 쉽게 알 수 있다”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호평했다.

한편 문형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문형배 후보자는 27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풍부한 법 이론적 지식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시각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해옴으로써 법원 안팎으로 높은 신망을 받고 있다”며 “또한 법정에서 당사자의 입장에서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재판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설득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문형배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 도덕성까지 겸비해 헌법 가치의 실현이라는 헌법재판소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재판관으로서 최적임자라고 판단되므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전문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인사말씀을 했기에, 준비된 원고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먼저 바쁘신 일정 가운데에도 저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해 주시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제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인사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많이 떨리고 긴장이 됩니다만, 국민을 대표하는 여러 위원님들 앞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는 엄중한 자리인 만큼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헌법재판관으로서 저의 역할과 자세에 대하여 고민하고 다짐한 바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저의 인사말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저는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낡은 교복과 교과서일지언정 물려받을 수 있는 친척이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사로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건립하여 경상남도에 기증하였고, 수백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였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진주오광대복원사업, 경상대학교 남명관 건립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신 (김장하) 선생의 말씀을 저는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길을 찾는 데에 전력을 다하였습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제가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더라도 지금까지 간직해 온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위원님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55년을 살아오는 동안 대학교, 사법연수원 6년을 제외한 내내 지방에서 살았습니다. 판사생활도 모두 부산ㆍ경남지역에서만 했습니다. 지방에서 살아보니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중앙집권화로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을 절감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불균형 성장전략을 택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인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지역불균형 해소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할 것을 선언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제8장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고, 제9장에서 국가에게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헌법의 의지가 법전의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제가 만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생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살아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헌법에서 선언한 지방분권의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루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위원장님, 위원님 여러분!

저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진위 여부를 떠나 그와 같은 우려를 낳은 것 자체가 저의 불찰이므로,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언행에 더욱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스스로 나태와 독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부산판례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등의 학술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을 뿐, 결코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기 위하여 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다는 말씀 드립니다. 세미나에 참석하여 다양한 의견을 두루 경청하고 제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제 판단에 더 깊이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법관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였다’고 그렇게 감히 자부합니다. 오로지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법리를 도출한 다음 당해 사건에 적용하였을 뿐, 그 외의 어느 것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임명권자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점은 이 자리를 빌려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헌법이 대한민국의 ‘집’이라면, 헌법재판관은 그 집의 ‘문지기’와도 같습니다. 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동료 재판관들의 깊이 있는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토론하겠습니다.

외부의 다양한 시각에도 열린 자세로 대하겠습니다. 부단한 소통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제 견해에 그 어떠한 편견이나 독선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늘 경계하고 정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데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의 청문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님들로부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받고, 앞서 말씀드린 저의 각오를 더욱 굳건히 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청문회가 헛되지 않도록 위원님들의 질의에 정성껏 답변 드리고, 조언과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청문회를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내어 주신 여상규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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